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바람은 매섭고 습도는 낮아지는 한겨울, 피부는 탄력을 잃어 주름살이 생기고 거칠어지게 마련이다. 충분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크림의 도움이 절실해지는 시기다. 이럴 때는 낮과 밤 다른 크림을 쓰는 게 좋다. 낮에는 메이크업이 잘 받는 가벼운 크림을, 밤에는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묵직한 크림이 도움이 된다. 잠자는 동안 ‘피부 미인’으로 만들어 줄 나이트 크림, 어떤 브랜드 제품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평가해봤다.
유통경로별 베스트 5개 제품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나이트 크림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유통경로별로 베스트셀러를 알아봤다. 백화점과 헬스&뷰티 스토어(올리브영), 온라인 마켓(SK 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나이트 크림 베스트셀러(표 참조)를 추천받았다.
유통경로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 골랐다. 백화점의 클라란스 ‘수퍼 레스토러티브 나이트 포 베리 드라이 스킨’(50㎖·17만원), 올리브영의 유세린 ‘하이알루론 나이트 크림’(50㎖·7만원), 11번가의 라로슈포제 ‘똘러리앙 울트라 나이트 크림’(40㎖·2만7200원)이 각 부문 판매 1위 제품이다. 여기에 최고가인 겔랑 ‘아베이 로얄 나이트 크림’(50㎖·23만1000원)과 최저가인 지아자 ‘고트 밀크 나이트 크림’(50㎖·2900원)을 추가했다. 5개 제품이 모두 수입품으로, 국산 제품이 없어 아쉬웠다.
보습력 영양감 등 5개 항목 상대평가
나이트 크림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미선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맡았다.
제품의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5개 브랜드 나이트 크림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지난 15일 평가자들에게 보냈다. 평가는 발림성, 흡수성, 보습력, 영양감, 지속력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항목별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제품의 성분을 알려주고 이에 대해 평가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고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모든 평가는 가장 좋은 제품에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최고급 글로벌 브랜드 성분 최악
수입 브랜드끼리 겨룬 나이트 크림의 우열을 가른 것은 성분이었다. 평가자들은 효능이 뛰어나도 성분이 나쁜 제품에는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번 나이트 크림 평가에서는 라로슈포제와 유세린 나이트크림이 공동 1위에 올랐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5점. 두 제품은 1차 평가 결과는 중하위권이었으나 성분평가에서 치고 올라왔다.
프랑스 브랜드 라로슈포제의 ‘똘러리앙 울트라 나이트 크림’(680원=㎖당 가격)은 발림성(5.0점)은 매우 뛰어났고 흡수력(3.0점), 보습력(3.0점), 지속력(3.0점)도 평균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이트 크림이 갖춰야 할 중요 덕목인 영양감(2.0점)에서 가장 처지는 점수를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2.5점)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성분평가에서 평가자 전원에게 최고점을 받으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디메치콘과 계면활성제인 폴리소르베이트20 등 2개 성분을 제외하고는 문제 성분이 거의 없는 안전한 크림으로 인정받았다. 김정숙 교수는 “유해 성분이 없는 나이트 크림으로 잘 발리고 빨리 스며들며 끈적임이 없고 향도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면서도 “보습력 영양감 지속력이 다른 제품에 비해 약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독일 브랜드 유세린의 ‘하이알루론 나이트 크림’(1400원)은 발림성(2.7점)은 중간 수준이었으나 흡수력(4.2점)은 가장 뛰어났다. 보습력(2.8점)과 지속력(2.8점)은 5개 제품 중에선 가장 뒤떨어졌지만 객관적으로는 평균 수준이었다. 영양감(2.8점)도 중간 수준으로 1차 종합평가(2.8점)에서는 3위였다. 성분평가(4.0점)에서는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트러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이소프로필팔미테이트, 향료와 페녹시에탄올 등이 문제 성분으로 지적받았다.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이었다. 고진영 원장은 “흡수가 잘되고 잔여감이 없으나 당김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면서 “건성·지성 피부에 고루 맞을 것 같고 특히 무거운 느낌이 싫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나이트 크림”이라고 말했다.
3위는 프랑스 브랜드 클라란스의 ‘수퍼 레스토러티브 나이트 포 베리 드라이 스킨’(3400원)이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2.7점. 발림성(2.3점)과 흡수력(2.3점)은 좀 처지는 편이었다. 보습력(3.0점)은 중간 수준이었지만 영양감(3.7점)과 지속력(3.4점)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3.7점)에선 2위를 했다. 성분평가(2.7점)에서는 한 계단 내려앉았다.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피이지 성분과 페녹시에탄올, 향료 성분 등이 문제 성분으로 꼽혔다. 김미선 원장은 “나이트 크림이 갖추어야 할 영양감과 보습력이 우수한 편으로 무난한 나이트 크림이지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4위는 폴란드 브랜드 지아자의 ‘고트 밀크 나이트 크림’(58원). 최종평점은 2.0점. 보습력(3.2점)은 5개 나이트 크림 중 가장 뛰어났고 영양감(3.0점)은 평균치였으나 나머지 항목은 가장 처졌다. 지속력(2.8점)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고, 흡수력(1.8점)은 가장 떨어졌다. 발림성(1.0점)은 평가자 전원에게 최저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2.0점)에서 최하위였다. 성분평가(2.0점)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산양유, 콩오일 발효물 등 자연 추출 성분들이 많아 좋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향료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브로모-2 니트로프로판-1, 피부 탄력 개선 효과는 있지만 태아에게 좋지 않을 수 있어 임산부 사용이 제한되는 레티닐팔미테이트 등이 문제성분으로 꼽혔다.
지아자 나이트 크림은 유통경로별로 가격차가 너무 컸다. 오프라인 매장인 부츠에서는 1개에 2만7300원에 판매 중으로 온라인 판매가의 10배 가까이 됐다. 추천 유통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원칙에 따라 평가자들에게는 11번가의 판매 가격이 전달되었다. 그 결과 뛰어난 가성비에 힘입어 최종평가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최윤정씨는 “저녁에 바를 때는 영양감이 느껴졌으나 지속력이 짧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조금 당긴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겔랑의 ‘아베이 로얄 나이트 크림’(4620원)은 5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1.3점. 발림성(4.0점), 흡수력(3.7점), 보습력(3.0점), 영양감(3.5점), 지속력(3.0점) 모두 평균 이상이었다. 전 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4.0점)에서 1위를 했다. 그러나 성분평가(1.3점)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알파 이소메칠 이오논, 벤질살리실레이트, 시트로넬롤, 리날룰, 시트랄, 제나니올, 리모넨 등 알레르기를 유발 가능성이 있는 방부제와 자극적인 향료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 민감한 피부라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계면활성제인 스테아레스21도 문제 성분으로 지적됐다. 가격도 제일 저렴한 제품보다 무려 79배 이상 비쌌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진영 원장은 “수분감과 영양감이 충분하고 지속력도 좋아 건성피부에 좋을 것 같다”면서도 “성분이 좋지 않고 가격도 너무 비싸 권하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