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북·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은 한 번 무산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북·미 고위급 회담 성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의 핵 신고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화와 제재’ 병행 전략을 고수했던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 대북 제재 면제에 동의했다. 미국이 오히려 안보리의 제재 면제를 주도적으로 이끈 측면도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끝까지 반대했더라면 대북 제재 면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설득에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오기 위해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독수리훈련(FE) 축소 방침도 북한에 보내는 당근책이다.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히는 독수리훈련의 축소 방침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이 깔려 있다.
미국이 연이어 낮은 자세를 취한 만큼 북한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회동 여부가 북·미 대화 진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 변수다. 미국은 “28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갖자”는 제안을 북한 측에 보냈으나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김영철 회동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답방으로 이어지는 빅 이벤트가 연쇄적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고위급 회담에서 북·미가 실랑이를 이어갈 경우 비핵화 협상이 꼬여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 면제와 관련해 “미국과 동맹인 한국은 북한에 대한 통일된 대응을 위해 긴밀한 조율을 해 나가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