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센터장 배자성(45·내분비외과·사진)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 전문가다. 특히 악성 여부를 구별하기 힘들고 치료율도 썩 좋지 않은 ‘갑상선 여포암’ 감별 및 해결 경험이 많다.
배 교수는 1998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2011년 동 대학원서 외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은 99∼2003년 서울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서 마쳤다. 이후 2006년부터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로 일하며 갑상선 암 수술을 도맡고 있다.
그동안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논문심사위원, 기획위원, 학술위원, 편집위원 등을 두루 역임하고 현재 수련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다. 대한외과학회 고시위원회 간사와 한국로봇수술학회 국제협력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2015∼2017년 미국 미시간대 연구 강사를 지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 수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에 실린 것만 50여 편. 배 교수는 “특히 2016년 갑상선암의 재발률과 사망률을 동시에 높이는 돌연변이 유전자 TERT의 존재를 국내에서는 처음 규명한 논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같은 해 가톨릭의대 병리과 정찬권 교수 연구팀과 함께 한국인의 갑상선암은 서양인과 다른 특성이 있어 진단 기준도 새로이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배 교수는 “경과가 좋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불필요한 추가 치료를 받게 하거나, 반대로 암이 있는데도 무시했다가 필요한 치료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런 연구 성과에 힘입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학술상 및 우수논문상을 3번이나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사노피아벤티스, 유유제약 등이 후원하는 대한외과학회 학술상과 우수포스터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배 교수에게 자칫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기 쉬운 갑상선 여포종양의 악성 여부 감별법에 대해 물어봤다.
갑상선암은 선과 악, 두 얼굴을 가진 암
이모(36)씨는 얼마 전 종합건강검진 때 목에서 8㎝ 정도 크기의 혹이 발견돼 서울성모병원서 갑상선 여포종양을 진단 받고 갑상선 전(全)절제 수술을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 주변 림프절까지 옮겨 붙은 것으로 확인돼서다. 이씨는 갑상선 여포종양에서 유래한 저분화(미분화) 갑상선암에 걸린 것으로 판명됐다.
이씨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술 후 첫 번째 정밀검사에서 좌측 경부림프절 전이 소견을 보여 한 달 후 재수술(좌측 경부림프절 절제술)과 함께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1년 뒤 추적검사 때는 오른쪽 경부림프절에서, 3년 뒤에는 종격동(폐와 폐 사이 공간)에서 전이암이 발견돼 연달아 수술을 받는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 순한 암이라고 알려진 갑상선암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갑상선에 생긴 혹을 갑상선 결절이라 한다. 이중 5∼10% 정도가 갑상선암으로 발전한다.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느려 순한 암,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 5%는 두꺼운 피막을 뚫고 나가 기도와 식도, 혈관, 성대 신경 등 주변 기관에 치명상을 입힌다. 이씨 사례에서 보듯 두 얼굴을 가진 암이 갑상선암이다.
배 교수는 “여러 암 중에 진행이 가장 느리고 수술 후에도 경과가 아주 좋은 순둥이 암이라지만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가장 고약한 암 역시 갑상선암”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갑상선결절의 10∼20%는 암 구별 어려워
갑상선암에는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갑상선 유두암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약 95%를 차지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료 시 완치율이 98%에 이른다는 점이다. 워낙 치료 후 경과가 좋아 적극적인 수술 검진과 치료, 수술을 두고 과잉 진단 및 수술 논란이 벌어질 정도다.
문제는 나머지 약 5%에 포함되는 수질암과 여포암, 미분화(저분화)암 등이다. 발생빈도가 낮지만 치료율과 재발률, 전이 위험성, 사망률이 모두 높아 손도 못 써보고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진단이 곧 ‘사망선고’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배 교수는 “특히 수술 전에는 악성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갑상선 여포암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상선 여포종양은 갑상선결절 중 하나로, 수술을 해보기 전에는 양성 혹은 악성 여부를 구별할 수 없는 혹이 15∼30%에 이른다. 대부분의 갑상선결절이 수술 전 조직검사만으로 확진이 가능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일반적으로 여포종양은 세포가 종양의 겉껍질(피막)을 뚫고 나가는 부분이 있거나 주변 혈관을 침범한 경우 암으로 판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양성종양으로 진단이 된다. 그러나 수술 전 혹은 수술 중에는 암으로 판정이 불가능하고 수술 후 병리조직검사를 통해서만 암으로 최종 판정이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아서 문제다.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인검사 통해 가려내
갑상선에 생긴 혹(결절)은 또한 대부분 초음파검사를 통해 걸러진다. 검사는 초음파 영상을 보며 세침흡인검사를 실시, 암세포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베데스다 시스템). 세침흡인검사는 갑상선 혹 부위에 가는 침을 삽입해 조직 일부를 추출, 검사하는 진단법이다.
이 검사결과 ‘악성’으로 나오면 혹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갑상선 반(半)절제, 또는 전(全)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초음파검사 상 갑상선암이 의심되는데 세침흡인검사에선 세포 양이 적어 ‘진단 부적합’ 소견이 나올 경우엔 일정 시간 뒤 세침흡인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수술 전 검사만으로는 암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갑상선 여포종양이다. 배 교수는 “초음파검사 때 결절의 모양, 유전자변이, 크기, 성별, 나이 등 수술 전 암을 예측하기 위한 모든 변수를 동원해도 실체 파악이 힘들어 수술을 해봐야만 확인 가능한 경우가 10명 중 2∼3명이나 된다”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