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음지에서 국가 중대사의 사법적 판단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집중했던 과거 민정수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저조한 경제 성과로 인한 위기감, 개국공신 중 한 명으로서 갖는 책임감, 이반 조짐을 보이는 지지 세력에게 재결합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25일 페이스북(사진)에 경제 문제에 대해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그는 “경제 성장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에 대해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정치·정책은 ‘결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민정수석이 타 수석실 업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조 수석은 국정과제 성과를 나열하면서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 직후 트위터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조 수석이 페이스북에 의미 있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쯤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 집권 2년차를 맞아 참모들의 SNS 활동을 늘리자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물밑에서 정치권과 법원, 검찰과 연락하는 것보다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게 더 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 등 사법 현안에 그치지 않고 발언 폭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경제 실적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지지층 이반 속에서 집권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지난 22일 전통적 지지층인 시민사회단체를 향해 지지를 호소하며 “노무현정부 출범 초기 상황의 기시감이 든다”고 썼다. 지지층의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노무현정부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의미다. 지난달 15일에는 문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지목하며 “국제정치건 국내정치건 소신만을 고수하는 것은 선비의 일”이라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굴신(屈身)을 감수하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한이 막강한 대통령 핵심 참모가 여론전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한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민정의 본연 업무는 여론을 통해 국민의 뜻을 살피고, 청와대의 법률적 문제를 보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조 수석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분석도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조 수석에 대해 “SNS 중독이다. 정치권에 논란만 야기해 국민을 편 가르기 하고 있다”며 민정수석을 하는 동안이라도 SNS를 끊으라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그림자로 그쳐야 한다”며 “모든 현안에 대해 다 얘기하려면 정치인을 하든지 대학으로 돌아가든지 해야 하는데 사사건건 남을 저격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산산조각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