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지만 독보적인 이들, 무대 휘젓는다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 콘셉트로 무장한 개그우먼 그룹 ‘셀럽파이브’가 지난 24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에서 맨발로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김신영. KBS 제공


올해 1월, “셀럽(셀러브리티·유명인)이 되고 싶어”라고 외치며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그룹의 약진이 심상찮다. 가요 프로그램과 예능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 상까지 거머쥐며 활약 중이다. 개그우먼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로 이뤄진 4인조 걸그룹 ‘셀럽파이브’다.

‘셀럽파이브’는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일본 오사카 토미오카 고교 댄스팀 TDC(Tomioka Dance Club)를 패러디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 메이크업과 의상, ‘칼군무’가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다. 짙은 색조 화장에 복고의 대명사 ‘빤짝이 재킷’을 걸친 이들은 팔다리를 휘젓는 고난도 안무를 연신 선보인다.

‘독보적인 걸그룹’이라 할만하다. 면면이 낯섦의 향연이다. 신인이지만 멤버들의 방송경력을 합치면 약 70년이고, 평균 나이는 38세를 넘는다. ‘NO 마이크’를 표방한 이들은 요새는 찾아보기 힘든 립싱크 전문 가수로 노래는 내버려 둔 채 파워풀한 안무에 온 체력을 쏟아붓는다.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무대를 휘젓는 것도 이 특이한 걸그룹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특유의 신선함 때문일까. 멤버들 모두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만큼 인기가 상당하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렌드인 복고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요즘 아이돌 그룹을 떠올리게 하는 ‘칼군무’가 따라 하고 싶은 오락적 재미를 살렸다”며 “멤버들이 원래 친한 만큼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고 했다.

송은이가 대표로 있는 콘텐츠 제작 회사 ‘비보(VIVO)’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라온 곡 ‘셀럽파이브(셀럽이 되고 싶어)’의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가 640만회를 넘는다. 이들의 안무 연습 영상도 60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수많은 커버 영상을 낳았다. 최근에는 한 시상식에서 ‘올해의 발견’ 상을 받으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들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19일 기존 5명에서 김영희가 빠진 4명 체제로 신곡 ‘셔터(Shutter)’를 발매했다. 1980년대 신스팝 기반의 디스코곡으로 리더 김신영이 작사를 했고, 그룹 유브이(UV)의 뮤지가 작곡을 맡았다. 맨발 안무는 한층 격정적이고 어려워졌다. 당시 인기 쇼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MBC)를 진행했던 이덕화가 피처링과 뮤직비디오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락적인 재미에 더해 ‘셀럽파이브’가 가진 성장 서사도 인기의 배경을 이루는 지점이라고 덧댔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여성 방송인들이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은데도 이들은 방송사나 소속사에 기대지 않고 자신들만의 힘으로 무대를 만들어왔다”며 “여성이 주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영화나 드라마의 현실판인 셈”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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