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해저에 무인 인공지능(AI) 해양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그동안 해저에는 식당과 연구소, 주택 등 인간이 머무는 다양한 건축물이 지어졌지만 AI만의 식민지가 건설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학원은 최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세계 신의 이름을 따 ‘하데스’라 이름 붙인 해저기지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11억 위안(약 18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수심 6000∼1만m에 건설될 해저기지는 무인 잠수정(사진)이 수집한 해양생물과 광물자원을 분석해 그 결과를 지상으로 보고한다. 선박이나 플랫폼이 케이블을 통해 기지에 전력을 공급해주면 상주인력이 없이도 자체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남중국해 인접 국가들은 해저기지 건설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해저기지 입지로 유력한 마닐라 해구 인근 스카버러 암초를 놓고 필리핀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과도 남중국해 곳곳에서 영유권과 어업권을 주장하며 분쟁 중이다. 중국은 일단 필리핀에 쓰나미 경보를 제공하는 등 해저기지에서 확보한 자료와 기술을 제공해 주변국의 동의를 얻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국가들이 언제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지 모를 중국 해저기지 건설에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해저기지 건설 기술도 부족하다. 무인 잠수정이 해저기지를 드나들며 활동하려면 우주정거장처럼 ‘도킹 플랫폼’을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로 도킹 플랫폼을 만들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내기 어렵다. 수압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먼저 개발해야 할 상황이다. 이 과정은 다른 행성에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만의 군락지를 건설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당국에 이 계획을 착수할 것을 독려했다. 지난 4월 하이난성 싼야의 심해 연구기관을 찾은 시 주석은 당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향해 “감히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라”며 “심해에는 어떤 길도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뒤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