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훈풍을 타고 씨름이 남북 최초로 공동 등재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제13차 정부간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리나라와 북한이 함께 등재 신청한 씨름에 대해 만장일치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결정했다.
한국은 ‘줄다리기’(한국·캄보디아 등 4개국), ‘매사냥’(한국·아랍에미리트연합 등 18개국) 등 일부 종목에 대해 다른 나라와 공동 등재한 경우가 있었지만 남북이 공동 등재하기는 씨름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은 20번째, 북한은 3번째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공동 등재는 처음부터 공동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는 절차를 무시하고 특별 안건 형식으로 상정해 파격적으로 공동 등재가 이뤄졌다”며 “우리 취지에 공감한 국제기구와 국제사회의 적극적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 문화유산 교류에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남북은 ‘트래디셔널 코리안 레슬링 씨름, 씨름’이라는 이름으로 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했다. ‘씨름’이 두 번 들어가는 것은 씨름의 영문을 한국은 ‘ssireum’으로, 북한은 ‘ssirum’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2016년)과 북한(2015년, 2017년 재제출)은 씨름에 대해 각각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을 했고, 지난달 29일 각각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프랑스 파리 순방 중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 논의를 하며 급물살을 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후 아줄레 사무총장이 평양에 유네스코 사무총장 특사를 파견한 뒤 북측이 화답했다. 결국 남과 북,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노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네스코가 문화 및 교육 분야에서 남북 협력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비무장지대(DMZ) 생물다양성의 공동 등재뿐 아니라 남북이 따로 등재했던 아리랑과 김장문화(북한은 김치)에 대해서도 사후 병합 추진이 예상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이상헌 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