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베이징대 학생들에게 ‘도시’라는 키워드를 던졌다. 국가 중심 사회주의인 중국이 다음 단계의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26일 오후 서울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베이징대 강연에 나섰다. 박 시장은 이날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 도시에서 찾다’를 제목으로 30여분간 연설했다.
박 시장은 먼저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축하한 뒤 “앞으로 중국이 시작하는 개혁개방의 새로운 여정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도시”라며 “도시는 미래 평화와 번영의 프로세스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실현할 주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도시는 면적으로는 세계에서 2%밖에 되지 않지만 전 세계 절반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다”면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국가적 과제이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 대기 오염, 그리고 도시 난개발과 같은 문제들은 서울과 베이징이 공통적으로 직면해 있는 문제이면서 함께 해결해야 할 인류 공통의 과제”라며 “우리 인류 앞에 다가선 이 보편적 도전 과제들을 서울시와 북경시가 함께 선도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세계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얘기했다.
베이징대 옌칭학당에서 진행된 박 시장 강연에는 유학생을 비롯해 베이징대 학생, 교수, 교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 후에는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시장은 탈원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장기적으로 탈원전 사회로 가는 게 맞다”면서 “일단은 석탄이나 화석원료 기반 발전소를 줄이는 게 급선무이고, 원전은 독일의 사례처럼 수명이 다하면 폐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베이징시는 이날 낮 ‘서울-베이징 기후환경협력 공동포럼’을 열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동연구단’을 발족시키기로 합의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베이징시 환경보호과학연구원, 베이징시 환경보호모니터링센터 등이 참가하는 공동연구단의 첫 번째 협력과제로 ‘대기질 악화 원인 규명을 위한 서울-베이징 대기질 미세먼지 상세분석’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발생원 평가 및 저감대책 연구’로 정하고 내년부터 공동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공동연구 결과는 내년 하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라며 “이번 연구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과학적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