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로 건너왔던 ‘대초원 문명’을 한눈에 본다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특별전에 나온 ‘황금인간’(왼쪽 사진)과 경주에서 출토된 ‘계림로 보검’. 계림로 보검은 카자흐스탄 보로보예 보검과 형태가 유사해 동서문화의 교류를 잘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973년 경북 경주 신라 고분(계림로 14호분)에서 황금으로 만든 보검(일명 ‘계림로 보검’·보물 제635호)이 출토됐다. 보석과 유리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 보검의 형태는 카자흐스탄 보로보예에서 출토된 것과 비슷했다. 광활한 초원길을 따라 신라로 전해진 동서문물 교류의 상징이 됐다.

카자흐스탄(‘자유인이 사는 땅’이란 뜻)의 유목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문화체육부와 함께 여는 순회전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이 그것이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450여점이 나왔다.

“우리는 초원에 사는 사람들이라 부자들이 차려야 할 예의 같은 것은 없다. 우리가 가장 값지게 여기는 재산은 말이고 가장 맛있게 먹는 음식은 마유주이다. 우리의 주된 오락은 가축을 돌보는 일이다.”

전성기였던 카자흐 칸국 시대의 통치자 카심 칸(1445∼1521)이 남긴 말에서 보듯이 유목민의 거친 대초원 문명을 상상했지만 전시장에서는 의외로 건재했던 황금 문화의 증거들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황금인간’이다. 기원전 4∼기원전 3세기 이식 쿠르간에서 출토된 이 고대의 인간은 의복과 망토, 고깔과 장화까지 모두 붉은색으로 착장했다. 상의와 장화, 모자에 붙인 황금 장식품을 통해 위엄과 화려함을 갖췄다. 박물관 측은 “고깔모자는 천상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피장자가 왕자나 왕의 친위부대 전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목민의 기마 문화가 빠질 수 없다. 통상 농경 문명에서 말안장이 남성용 한 종류인 것과 달리, 이 나라에서는 여성용과 유아용 안장 등 종류가 세분화됐다. 말이 얼마나 카자흐스탄의 삶에 밀착됐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초원을 말 달리며 살아갔던 유목민의 노마드적 삶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유르트를 전시장에 재현했다. 유르트는 이동식 천막으로 몽골의 게르와 비슷하다.

전시의 에필로그는 카자흐스탄에 정주한 고려인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고려인들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쫓겨온 이방인이었다. 지금은 10만명에 이르는 고려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류 세계에 편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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