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무리를 앞둔 연말, 드라마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채널들 모두 갈고닦은 주력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톱 배우들과 제작진을 내세운 다채로운 장르의 드라마들이 한바탕 ‘대전(大戰)’을 벌인다.
케이블 채널은 쟁쟁한 배우들을 최전선에 배치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8일 베일을 벗는 드라마 ‘남자친구’(tvN)가 첫손에 꼽힌다.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차수현(송혜교)과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김진혁(박보검) 사이의 로맨스를 그렸다.
12살 차이인 배우 송혜교와 박보검의 만남은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낳았다. 결혼 후 첫 작품으로 ‘남자친구’를 택한 송혜교는 남편 송중기의 소속사 후배이자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박보검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각각 ‘태양의 후예’(KBS2), ‘구르미 그린 달빛’(KBS2)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 이들이 그려낼 사랑 얘기에 기대가 모인다.
연출을 맡은 박신우 감독은 “느리고, 꼼꼼하다. 시청자들이 서정적으로 하나하나 생각할 수 있는 ‘공감’을 이야기하는 정통 멜로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공조’(2016) ‘협상’(2018) 등 그간 영화에 주력했던 현빈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다음 달 1일 선보이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을 통해서다. 남녀노소 두루 사랑을 받는 박신혜가 상대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업계 최대의 IT 투자회사를 키워낸 유진우(현빈)가 출장차 스페인 그라나다에 가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게 되면서 겪는 기묘한 일들을 담은 서스펜스 로맨스물이다.
특히 극본을 쓴 송재정 작가는 여태 시도된 적 없는 AR(증강현실) 게임 소재를 극에 접목했다. 그는 전작 ‘더블유’(2016·MBC)에서도 웹툰을 매개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 적 있다. 특별한 상상력이 가미된 장면들은 액션과 극의 서스펜스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AR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도 몰입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영상을 구현했다. 시선을 뗄 수 없는 줄거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사들도 이에 질세라 야심작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장르물 취향을 충족시켜줄 웰메이드 수사극과 스타 작가의 신작이 준비돼 있다.
다음 달 3일에는 ‘나쁜형사’(MBC)가 출전한다. 연쇄 살인마보다 더 지독한 형사와 연쇄 살인마보다 더 위험한 사이코패스 사이의 아슬아슬한 공조 수사를 그린다. 영국 BBC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는 ‘루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도 마다않는 형사 우태석 역은 신하균이 연기한다. ‘미스터 백’(MBC) 이후 무려 4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하균은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채 범죄현장을 누빈다. 특출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원작의 루터(이드리스 엘바)와는 색다른 매력을 가진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남자친구’와 동시간대에 경쟁하는 ‘황후의 품격’(SBS)은 작가 김순옥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그간 ‘아내의 유혹’(2008·SBS), ‘내 딸, 금사월’(2015·MBC) 등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써내며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대표 흥행 작가다.
‘황후의 품격’은 현재 한국을 입헌군주제 사회로 설정하고, 황제와 결혼한 오써니(장나라)가 궁의 권력과 맞서 싸우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1일 첫 방송됐는데, 살인 시도와 폭행 등 자극적인 설정으로 7∼8%(닐슨코리아)의 높은 초반 시청률을 기록했다. 향후 10%의 시청률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