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 데릭 로즈(30·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랜 부상과 부진 등으로 한물 갔다는 세간의 평이 무색하게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로즈의 활약에 힘입어 팀은 에이스 지미 버틀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선두권을 박빙의 차로 쫓아가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네소타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맞붙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 론즈 아레나. 벤치 멤버로 코트를 밟은 로즈는 29분11초를 뛰며 두 자릿수 득점(12점)에 어시스트 4개를 보태 팀의 102대 95 승리를 도왔다. 득점 자체로만 보면 로버트 코빙턴(24점), 칼 앤서니 타운스(21점), 제프 티그(13점)에 못 미치지만 승부처에서의 해결사 역할이 돋보였다. 로즈는 자신이 올린 12점 중 10점을 4쿼터에 몰아넣으며 클리블랜드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네소타는 고비 때마다 터진 로즈의 미들레인지 점프슛에 힘입어 3연승을 장식했다.
로즈는 지난 1일 유타 재즈를 상대로 커리어 하이 기록인 50점을 퍼부으며 본격적인 부활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눈물을 쏟았고 미네소타 동료들은 경기 후 곧장 달려가 로즈를 격려했다. 1만여 홈팬은 “MVP”를 외쳤다. 그리고 이날 이후 12경기 평균 21.9점을 쏟아내는 등 자신의 가치를 더욱 드러내고 있다. 로즈가 오랜 시간 역경과 고난의 순간을 딛고 일어섰기에 올해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NBA 초년병 시절의 로즈는 화려했다. 2008년 NBA 전체 1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그는 2008-2009시즌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10-11시즌엔 정규시즌 최연소 MVP에 올랐다. 스피드를 앞세운 거침없는 드리블 돌파, 타고난 운동능력을 십분 활용한 화끈한 득점 퍼포먼스는 NBA팬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시카고 팬들은 로즈가 프랜차이즈 스타인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가 돼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불행과 마주했다. 로즈는 2012년 왼쪽 전방 십자인대 파열, 이듬해 오른쪽 무릎 반월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재활을 마치고 기량을 끌어올릴 때쯤이면 부상이 재발해 그를 괴롭혔다.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년간 무릎 수술만 4번이나 받았다.
로즈는 점점 코트에 설 기회를 잃었다. 2016년 불스에서 뉴욕 닉스로, 지난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팀을 옮겼다. 지난 3월에는 미네소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차세대 스타에서 저니맨 취급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로즈의 미래도 불투명했다. NBA 레전드 찰스 바클리는 올해 초 한 방송에서 “그가 훌륭한 ‘라커룸 선수’는 될 수 있지만 부활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공룡센터’ 샤킬 오닐도 “그는 커리어 끝에 와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퇴물 대접을 받은 로즈는 이를 악물었다. 커리어 내내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곽슛을 비시즌 동안 집중 보완했다. 로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름 동안 1만5000∼2만개의 슛을 던졌다. 슛폼을 비롯한 나의 모든 것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 올 시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로즈는 올 시즌 2점슛 성공률 49.1%, 3점슛 성공률은 46.4%를 기록 중이다. 두 기록 모두 커리어 하이다. 특히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3점슛 성공률 35% 이상을 넘어본 적이 없던 로즈는 각고의 노력으로 3점 슈터로 변신했다. 현재 평균 득점은 19.1점으로 전성기였던 2011-12시즌(21.8점) 이후 가장 높다.
미네소타는 지난 11일 지미 버틀러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떠나보낸 뒤에도 6승 2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서부지구 11위에 머물고 있지만 1위 LA 클리퍼스와의 격차가 4.5경기에 불과해 언제든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NBA 소식을 전하는 ‘클러치 포인트’는 이날 “버틀러가 떠났는데도 미네소타가 잘나가는 이유는 ‘백업 가드’ 로즈가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로즈는 현재 주전이 아니다. 하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통해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그가 밝힌 올 시즌 목표는 이렇다. “내가 아닌 팀을 위해 뛸 것이다. 올해의 식스맨이 되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