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27일 오전 4시54분(한국시간)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지난 5월 5일 지구를 떠난 지 206일 만이다.
나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화성이 방금 새로운 ‘로봇 거주자’를 받았다. 나사의 내륙 탐사장치가 성공적으로 붉은 행성의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인사이트는 나사가 1976년 7월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를 보낸 이후 8번째 착륙에 성공한 탐사선이다.
인사이트가 화성의 엘리시움 평원 표면에 안착한 뒤 보낸 착륙 신호가 화성 궤도의 쌍둥이 위성 마르코를 통해 지구로 전송되자 캘리포니아주 나사 관제소에선 박수와 환호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인사이트의 착륙 장면은 각국 방송으로 중계돼 수많은 사람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인사이트는 착륙 15분 뒤 2개의 태양 전지판을 펼쳐 충전을 시작했다.
인사이트는 206일간 4억8400만㎞의 거리를 시속 1만9794㎞ 속도로 날아갔다. 이어 화성 중심에서 3522㎞ 떨어진 10×24㎞ 우주 공간에서 대기권으로 진입한 뒤 표면에 안착했다. 대기권 진입부터 착륙까지 험난한 과정인 ‘공포의 7분(7Minutes of Terror)’을 넘어 착륙에 성공했다.
무게 360㎏인 인사이트는 2008년 피닉스 이후 10년 만의 고정형 착륙선(랜더)이다. 장소를 이동하며 표면을 관측하는 이동형 로봇(로버)과 달리 화성 지하를 파고들어가 지질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화성의 지하세계를 탐사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나사는 인사이트의 충전이 끝나면 장비 상태를 점검한 뒤 지표면을 조사해 장비들을 세울 장소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1.8m 길이의 로봇 팔 6개로 지표면에 지진계를 설치하게 된다. 또 화성 내부 온도를 측정할 열 감지기도 지하 5m 아래까지 파고 들어간다. 나사는 “지상에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은 2∼3개월, 이후 1∼2개월간 지하에 구멍을 뚫을 것”이라며 “인사이트의 본격적인 탐사 활동은 2019년 3월쯤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와 함께 화성 궤도를 향해 날아간 쌍둥이 큐브샛(위성) 마르코A와 B는 인사이트가 화성 도착 직후 촬영한 사진을 이어받아 지구로 전송했다. 화성에서 보낸 사진과 신호가 지구까지 걸린 시간은 8분7초에 불과했다.
특히 쌍둥이 위성 중 ‘월-E'라는 애칭을 얻은 마르코B는 화성에서 멀어져가는 중에도 사진을 전송하는 데도 성공했다. 사진엔 약 6000㎞ 상공에서 내려다본 화성의 모습이 담겼다. 마르코A의 별명은 이브(EVE)다. 둘 다 애니메이션 제목에서 따왔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 유럽 등 우주 강국들은 최근 ‘화성 탐사 레이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사는 “앞으로 25년 이내에 인류가 화성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현재 화성에서 활동 중인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를 이을 차세대 탐사 로봇 ‘마스 2020’을 2021년 2월 화성 ‘제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지름 49㎞의 큰 구덩이)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마스 2020은 인류의 화성 방문에 대비해 드론을 이용해 대기환경을 탐사할 계획이다. 또 토양 시료를 채취했다가 향후 방문하는 탐사선을 통해 지구로 보낸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와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탐사 프로젝트 ‘엑소 마스(ExoMars)’를 공동 진행 중이다. 2021년 3월 화성 적도 인근의 옥시아 플라눔에 로버형 탐사선을 착륙시킬 계획이다. 이 지역은 물이 흘렀던 흔적과 점토층이 있어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탐사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중국 국가우주국(CNSA)도 2021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로버형 탐사선을 개발 중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