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블록체인 기술 도입 중, 암호화폐 필요성은 논쟁 중



주부 A씨는 대형마트에서 ‘1등급 한우 등심’을 구입했다. 유통이력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이 쓰였다는 설명에 안심했다. 원산지나 등급 위조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난치병에 걸린 B씨는 환우 커뮤니티에 접속해 자신의 증상과 약효를 남겼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남이 정보를 위변조할 수 없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는 제약사의 신약 개발에 활용된다.

가상으로 그려본 미래 블록체인 시대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블록체인 활용의 ‘전초전’이 치러졌다면 이제는 ‘전면전’이다. 산업계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활용에 매달리고 있다. ‘초연결시대’의 필수적 기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한 기술이다. 중앙 서버 대신 사용자들이 원본 데이터를 각자 공유한다. 특정 주체가 모든 데이터를 위변조하기 어려워 보안성을 높이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유통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농심그룹 계열사 농심데이타시스템(NDS)은 식품안전을 위한 데이터 관리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고기 유통망의 경우 도축장과 가공장, 판매장 정보가 각각 블록에 기록돼 투명성이 높아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추적도 빨라진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의료 정보의 공유·활용에 초점이 맞춰진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기반의 환자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있다. 쌓인 데이터는 신약 개발 등에 쓰인다. 휴먼스케이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시스템이라 각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남기고도 중앙 관리자에게 권리를 뺏겼던 예전 시스템과 다르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은 해킹 문제 해결에도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보안이 중요한 서비스의 경우 중앙 서버가 해킹되면 대혼란에 빠진다. 테러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블록체인은 해커가 전체 블록 중 51% 이상을 한번에 해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블록체인의 보상 개념인 가상화폐(암호화폐)의 필요성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 블록체인은 육성하는 정책을 편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27일 “정부가 블록체인산업을 육성하면서 가상화폐는 죽이고 있는데,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코스닥시장이 위축되면 벤처기업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은 “블록체인은 해킹 방어 등을 위한 공익적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것”이라며 “가상화폐가 없으면 (블록체인) 참여자도 없다는 주장은 비즈니스 논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에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탈중앙화를 위한 비용 및 기술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시장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과장된 쓸모없는 기술”이라고 폄하했다.

임주언 나성원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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