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첫눈이 내렸으니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된 듯하다. 설원에서 스키를 타고 얼음을 깨고 낚시를 하는 등 겨울철 레저 활동이 기대된다. 눈과 얼음에는 오묘한 과학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물체는 온도가 차가워질수록 더 조밀해지고 밀도 혹은 비중이 커진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차가운 얼음은 물보다 무거워 물에 가라앉아야 될 것 같다. 얼음이 얼기 직전의 섭씨 0도 차가운 물도 비중이 크니 밑으로 가라앉고 얼음도 호수 바닥부터 얼어야 될 듯하다.
하지만 얼음은 항상 물 위에 뜨고 호수의 물은 표면부터 언다. 물리 상식을 뒤엎는 비밀은 물 분자의 독특한 구조에 있다. 물 분자의 구조는 수소결합에 따라 사슬 구조, 오각형 구조, 육각형 구조로 이루어지는데, 온도에 따라 발생 확률이 각기 다르다. 뜨거울수록 규칙성 없는 사슬 구조이나, 차가워질수록 오각수로, 더 차가워지면 육각수로 존재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때 사슬 구조보다 오각수, 오각수보다 육각수의 부피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육각수의 비율이 높아지는 섭씨 4도 이하에서는 온도가 차가워질수록 오히려 부피가 팽창하고 비중이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호수의 물이 차가워지면 섭씨 0도 근처의 차가운 물이 호수 표면으로 떠오르고 호수의 물은 표면부터 언다. 얼음이 물에 뜨는 현상도 같은 이유다.
얼음은 대부분 육각형 구조로 되어 있어 부피가 팽창하고 물보다 비중이 가벼워 물에 뜬다. 눈 결정 구조가 육각형인 것도 육각형 구조가 확장된 결과다. 영하의 온도에서는 육각형 구조를 따라서 얼음 결정이 형성되므로 눈 결정 모양은 각기 달라도 그 기본 구조는 육각형을 따라간다.
만약 호수의 얼음이 바닥부터 언다면 물고기들은 추운 겨울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것도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물 분자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이남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