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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우주광산업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2012년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R)란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아바타’는 판도라 행성에서 광물을 캐려는 인간과 원주민의 갈등을 그렸는데 이 회사가 바로 그렇게 우주에서 광산업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 지구와 가까운 궤도의 소행성은 1만6000개쯤 있다. 태양계가 형성된 뒤 남은 잔해로 만들어져 니켈 같은 중금속, 백금을 비롯한 귀금속, 이트뮴 등 희소금속이 풍부하다고 알려졌다. 2015년 지구에 근접했던 소행성 2011-UW158은 백금이 1억t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름 500m의 이 소행성 하나를 채굴할 경우 가치가 5000조원에 이를 거라고 PR은 예상했다.

프로젝트 얼개는 이렇다. 우주망원경을 띄워 채굴에 적합한 소행성을 여럿 물색한다. 무인 탐사선 여러 대를 로켓에 실어 한꺼번에 발사한다. 로켓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면 탐사선이 분리돼 각각 맡은 소행성으로 날아간다. 지질조사와 시료 채취 결과를 지구로 전송한다. PR은 2011-UW158이 지구 옆을 지날 때 탐사선 아키드-3을 우주정거장에 보내 관찰했다. 올해는 아키드-6을 쏘아 중파장 카메라 등 탐사장비를 실험했다. 실제 소행성으로 날아갈 아키드-301은 2020년 발사할 계획이다.

PR은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탐사 책임자였던 이가 경영을 맡고 있다. 우주 광물의 기업 소유권을 인정하는 입법 로비에도 성공했다. 캐머런과 구글 창업자 같은 거부들이 앞다퉈 투자했지만 최대주주는 룩셈부르크 정부다. 300억원을 투입해 PR 유럽지부를 유치했다. 이 나라는 다른 우주광산업체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에도 투자하고 있다.

나사 인사이트호가 27일 화성에 착륙했다. 2년간 땅속을 조사한다. 통산 8번째 화성 착륙인데 지하 탐사는 처음이다. 다른 행성의 속살을 볼 수 있다면 자원을 캐오는 것도 꿈같은 얘기만은 아닐 테다. 골드만삭스는 올봄 “억만장자를 넘어서는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1조 달러 이상 재산가)는 우주광산업자 중에서 나올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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