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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100원



봉지과자 ‘새우깡’의 가격이 지난주 100원 올랐다. ㈜농심은 “제조원가 상승, 물류비 및 판촉 관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조정했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2년4개월 만이란다. 그런데 2016년 7월 새우깡 값을 100원 올릴 때도 2년5개월 만에 인상한다면서 판에 박은 듯한 설명을 했었다. 정기적 가격 인상 전략인지, 가격 인상 요인의 압박이 실제로 한계에 이르러서인지 모호해진다. 가격 인상 이유라도 좀 더 달라지고 세련됐으면 100원의 의미가 더욱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한국 화폐단위 중 소액 1원·10원·100원·500원은 동전으로 표현된다. 100원짜리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순신 장군 초상이 찍힌 지금의 100원짜리 동전은 1983년 발행하기 시작했다. 구리(銅)에 니켈을 섞은 백동으로 지름 24㎜, 무게 5.42g이다. 100원짜리 동전은 각종 카드 사용의 일반화에 이어 최근엔 모바일 페이(mobile pay) 활성화로 그 사용 기회는 더욱 줄게 됐다. 100원의 가치와 중량감은 거의 은행계좌 속 숫자로 흔적을 남기는 상황이 됐다.

100원이 긴요하게 사용될 때는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쇼핑이 일상화됐고 맞벌이 가구, 1인 가구 증가로 대형마트는 붐빈다. 이때 필수품이 100원짜리 동전이다. 회수율 제고 등을 위해 쇼핑카트에 ‘코인록(coin-rock) 시스템’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사용량이 가장 많은 100원짜리 동전을 키(key)로 정했다. 택시요금 정산 기준이기도 하다. 서울 택시요금을 기본요금 3000원·시간요금(100원당 35초)·거리요금(100원당 142m)에서 기본요금 3800원·시간요금(100원당 31초)·거리요금(100원당 132m)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거리에 따른 요금과 일정 시간마다 부가적 요금을 산정하는 시간·거리병산 방식이다. 상품 판촉전략 ‘100원 할인판매’ ‘100원딜’ ‘100원 특가판매’ 등에도 등장한다.

100원과 얽힌 불량식품 추억들은 언제나 새록새록하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대다. 100원이 숫자로만 끝나지 않게 하는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100원이 동전으로 활용될 때 더 많은 아날로그적 에피소드가 생겨날 것 같다. 100원 동전 2∼3개를 지녀서 유용한 생활들이 빨리 끝나거나 사라지지 않길 희망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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