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역사는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된다. 주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화되고 잊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잊힌 자들은 그 역사의 공백 속에서 당연한 듯이 살아왔고, 살고 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우리에게 잊힌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제주도 출신 재일교포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저자 박사라는 재일교포 3세 역사사회학자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재일교포 2세로 11명의 형제 중에 막내로 태어났다. 이들 가족은 일본 식민지 지배 당시에 오사카로 왔으며, 독립 후에는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갔다가 다시 오사카로 이주해 온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집의 역사를 쓰다’는 이런 저자 가족의 역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재일교포들의 생활과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다뤄지지 않은 소수의 역사를 저자의 삼촌과 고모, 고모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책에는 사회학자로서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단순한 개인들의 회상으로 끝내지 않고, 과거의 사실을 실증적으로 기술하려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일본 식민지 지배 전후의 혼란한 상황과 출입국 상황, 6·25전쟁 전후 제주도에서 있었던 무장봉기와 정부의 탄압이라는 동아시아의 현대사를 재일교포들의 단편적인 이야기들과 연결해 풀어냈다.
나고야=유혜림 통신원(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