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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만보 걷는 배우 하정우 “세상에 잘못된 길은 없다”



걷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저술가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에서 걷기와 사유(思惟)의 관계를 짚으며 이렇게 적었다. “보행은 몸과 마음과 세상이 한편이 된 상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행의 감동을 묘사한 백미는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라고 할 수 있다.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바라볼 때가 있다. 봉우리나 지평선과 같은 곳을. 바로 내가 걷고 있을 때다. 아무리 높고 멀리 있다 해도 걸어가는 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름난 사상가나 문인 상당수는 걷기를 예찬하는 글들을 발표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대열에 뜻밖의 인물이 가세했으니 배우 하정우(40)다.

‘걷는 사람, 하정우’는 그가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7년 만에 펴낸 에세이다. 하정우의 일상은 그야말로 기행(奇行)에 가깝다. 걷고, 걷고, 또 걷는 게 그의 삶이다. 걸음 수를 측정하는 피트니스밴드를 손목에 차고 매일 3만보를 걷는다고 하니 ‘걷기 중독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그는 TV를 시청할 때도 제자리 뛰기를 한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지름길보다는 에움길을 택한다. 이렇게 유난을 떠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걷기 위해서다.

투박해서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지고, 능청스러운 유머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글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걷기를 통해 그는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하정우는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렇게 적었다. “삶은 그냥 걸어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톱스타의 삶을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른 데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걷고 싶어질 것이다. 인터넷에서 걷기 편한 운동화를 검색하게 되고 하정우가 착용하는 피트니스밴드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하정우는 머리가 복잡할 땐 이런 말을 내뱉는다고 한다. “아, 힘들다. 걸어야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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