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가족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정책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거나 편법 증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국세청이 금융추적조사를 통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8일 미성년인 자녀에게 부동산 등 재산을 변칙적으로 증여한 혐의를 받는 225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후 국세청은 총 6차례 부동산 변칙증여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과세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는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가 급증하는 현상 때문이다. 2015년 5274건이었던 미성년자 증여결정건수는 지난해 7861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증여액도 5545억원에서 1조279억원으로 배나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증여가 1684억원에서 3377억원으로 늘면서 금융자산(3282억원) 증여액을 역전했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거래현황’을 보면 올해 1∼10월 기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9만217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했다. 최고치였던 지난해 8만9312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내년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부동산 과세 강화 정책이 잇달아 나오자 보유 중인 부동산을 자녀 등 가족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을 안내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변칙적으로 증여세 부담을 피하려는 수법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국세청이 지목한 225명의 변칙증여 혐의자 가운데 41명은 미성년 자녀에게 부동산을 편법 증여했다. 4세 유치원생에게 4억원 상당의 아파트 2채를 물려주면서 증여로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34억원짜리 상가를 취득해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된 초등학생도 있었다. 국세청은 부친이 상가 취득 자금을 증여할 때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고, 임대소득 역시 과소 신고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액의 예금을 변칙적으로 증여하는 사례도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한 외국계은행 임원은 초등학생 자녀 2명에게 각각 3억원에 달하는 정기예금과 은행채를 물려주면서도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주식을 통한 변칙증여도 다수 적발됐다. 한 사주는 법인 임직원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실명전환하지 않은 채 미성년인 손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증여했다. 임직원 명의의 주식을 손자들에게 파는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하고 경영권도 승계한 ‘악질’ 사례다. 국세청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법인 손익을 조작하거나 기업 자금이 유출된 경우 법인까지 통합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400채를 보유한 부동산 ‘스타 강사’를 비롯해 탈세 혐의가 있는 컨설턴트 21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 국장은 “고액의 강의료를 신고 누락한 뒤 그 돈으로 고액의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다수의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불법전매, 다운계약한 경우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