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외동딸을 잃은 아버지가 딸이 다니던 대학에 7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전북 전주대는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인 박종률(48)씨가 이달 초 장학금 7000만원을 기부했다고 28일 밝혔다.
박씨의 딸 경립(21)씨는 이 대학 패션산업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8월 심근경색으로 눈을 감았다. 후천성 1급 시각장애인인 박씨는 하나뿐인 딸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지만 갑자기 닥친 슬픔에 세상을 다 잃은 듯했다. 그는 딸을 가슴에 묻었지만, 딸의 꿈은 잊을 수 없었다.
경립씨는 어릴 적부터 유독 옷과 재봉틀을 좋아해 중고교 시절엔 옷을 수선하거나 친구들에게 만들어 줬다고 한다. 박현정 패션산업학과장은 “항상 맨 앞 중앙에 앉아 수업에 집중했고 실습 시간에 열정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아버지는 못다 이룬 딸의 꿈을 위하고, 같은 길을 걷는 다른 아들과 딸들을 격려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장학금 중 5000만원은 10년간 나눠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2000만원은 학과 실습을 위한 재봉틀과 실습기자재 구입에 쓰도록 했다. 대학 측은 ‘박경립 꿈이룸 장학금’이라 이름을 붙였다.
첫 장학금 전달식이 열린 지난 27일 5명의 학생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한 박씨는 “딸이 허망하게 떠나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못다 이룬 꿈을 동기와 후배들이 이뤄주고 딸의 발자취를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