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을 나포한 러시아에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번 사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까지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처럼 동서 대립이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거론하며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적대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30일부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도 언론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매우 강력히 지지한다”며 “다른 국가들도 더 많은 조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또 “일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돕는 프로젝트 지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EU는 이미 다음 달 10일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러시아 추가 제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카린 크나이슬 외무장관은 “EU가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과 양측의 추가 행동에 따라 제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화통화에서 군사 지원 등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전면적인 도움을 약속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영토 주권을 지지하고 우리 편에 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일부러 사건을 키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투자 포럼에서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현 정부와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벌인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