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가 판매해 온 메모리폼 베개 제품에서 안전 기준치를 최대 7배나 초과한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 논란을 촉발했던 대진침대 제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해 본 결과 조사 대상의 40%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해당 베개는 이미 시중에 1만4000세트 이상 팔린 상태다. 코스트코가 뒤늦게 자체 리콜을 하고 나섰지만 회수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코스트코가 미국에서 수입·판매한 ‘퓨어럭스 젤 메모리폼 베개’ 조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됐다고 28일 밝혔다. 자연 방사성 물질인 라돈은 밀폐된 공간에서 인체에 흡수되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무색무취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원자력안전위는 시중에 판매된 베개 제품 가운데 10개를 샘플로 확보해 분석했다. 대진침대와 마찬가지로 이 베개를 매일 10시간씩 1년 동안 사용한다는 가정을 두고 연간 피폭량을 확인했다. 그 결과 4개 제품이 연간 피폭량 기준을 1.7∼7.7배 초과했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은 베개와 같은 가공제품의 연간 피폭량을 1밀리시버트(mSv)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해당 제품이 시중에 뿌려질 대로 뿌려졌다는 점이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간 모두 1만4080세트를 판매했다. 지난 10월부터 라돈 우려가 불거지고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이달 초부터 자체 수거를 진행했다. 매장에 제품을 가지고 오면 환불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수거된 제품은 3600여 세트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480세트는 회수되지 않은 채 여전히 소비자들의 목을 받치고 있다. 해당 제품은 2개의 베개를 묶어 한 세트로 판매했다. 이를 감안하면 아직 회수되지 않은 베개 제품을 사용하는 이가 2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
원자력안전위는 해당 제품이 모두 회수되는지 여부를 감시·감독할 계획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제품 수거 조치가 안전하게 완료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