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3회째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린다. 글로벌 경제 최대 이슈인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난민·이주자 문제, 기후변화 등 각종 지구촌 난제들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가 여전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 브렉시트 등에 대한 참가국 정상들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이번 회의 자체가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실무진이 전날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여 공동성명 문구 조정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이견이 커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미·중 무역갈등의 봉합 여부다. 정상회의가 폐막하는 다음 달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회담을 한다. 두 정상이 양국 무역갈등 이후 처음으로 마주앉는 자리인 만큼 극적 타결은 아니더라도 돌파구를 찾을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제품에 또다시 관세 폭탄을 안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27일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탈취 및 강제 기술이전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압박했다.
중국은 협상을 통한 해결에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미국 요구가 지나치다는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두 정상이 이번에 큰 틀의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부분은 향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휴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12월 폴란드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도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이슈다. 독일 프랑스 중국 등은 “이번에 탄소배출량 감소 등 파리기후협정의 이행을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인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미국이 올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될 가능성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 탓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채택이 처음으로 불발된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동성명이 채택되더라도 그동안 G20 정상회의 성명에 빠지지 않던 ‘보호무역주의 반대’ 문구가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슈끄지 피살사건의 배후로 거론되는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별도 회동 성사 여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아르헨티나 법원에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보편적 사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검찰에 해당 사건을 검토하도록 지시했지만 실제로 기소될 가능성은 적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