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 박지수 못하는 게 뭐지?

KB스타즈의 센터 박지수가 지난 25일 열린 2018-2019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여자프로농구(WKBL) 데뷔 3년차를 맞은 센터 박지수(21·청주 KB스타즈)가 전천후 선수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 박지수는 득점력이 여전히 준수한데다 센터가 갖춰야 할 리바운드, 블록슛은 리그 최고 수준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가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어시스트와 스틸에서도 활약이 돋보인다. 비시즌 미국여자프로농구(WKBL) 무대를 경험한 뒤 기량이 만개해 국내 무대에선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올 시즌 박지수는 주요 지표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다. 28일 현재 경기당 평균 득점이 12.71점(8위)으로 국내 선수 중에서는 4위에 랭크돼 있다. 평균 리바운드는 11.80개로 국내 선수로는 1위, 전체 3위다. 블록슛은 경기당 2.57개로 KEB하나은행의 파커(1.88개)를 여유있게 제친 전체 수위에 자리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블록슛 부문 2연패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밑 활약상은 외국인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어시스트와 스틸 기록이다. 박지수는 평균 4.8어시스트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최고 센터가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 박혜진(아산 우리은행·4.7어시스트)과 예상 밖의 어시스트 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통계로만 봐도 박지수의 어시스트는 데뷔 첫 해 2.77개에서 지난 시즌 3.29개, 올 시즌 현재 5개 가까이 되는 등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박지수는 스틸 부문(평균 1.7개)에서도 기라성같은 국내 가드들을 제치고 전체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지수의 팔방미인 역할은 두 차례 트리플더블 달성에서 증명됐다. 박지수는 지난 11일 수원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12점 16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려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트리플더블을 써냈다. 이는 WKBL 역대 최연소 트리플더블 기록이었다. 지난 18일 부천 KEB하나은행전에서는 11득점 2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작성했다. 박지수는 이에 힘입어 정규리그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박지수가 전천후 선수로 성장한 이유로 미국 무대 경험을 꼽고 있다. 세계최고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경기 중 여유와 자신감이 생겨 시야가 트였다는 것이다. 196㎝의 장신 박지수는 예전과 달리 올 시즌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아 상대 센터를 끌어낸 후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찔러 득점을 돕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변화된 외국인 선수 규정도 박지수에게 호재다. 올 시즌 WKBL은 외국인 선수의 경우 각 팀당 보유 숫자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였고 2쿼터에 한해 출전을 제한시켰다. 박지수의 체력만 허용된다면 득점과 리바운드에서도 외국 선수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박지수가 무서운 것은 이제 갓 20대의 나이에 접어들어 아직 프로 경력의 정점에 오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리그 각종 통산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박지수 덕분에 소속팀 KB는 전무후무한 통합 7연패를 노리는 현 WKBL 최강 우리은행에 대적할 유일한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KB는 지난 1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우리은행에 2점 차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는데 29일 경기에서도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박지수의 존재로 인해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올 시즌 KB를 우승후보로 꼽은 바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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