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위를 막기 위해 시민들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세계 주요 정상들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의 치안을 위한 조치라지만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다.
일간 클라린 등 현지 언론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G20 정상회의 개막일인 30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키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는 우회하고, 은행과 금융시장도 완전히 문을 닫는다. 이 조치로 인구 1200만명에 이르는 아르헨티나 수도의 기능이 G20 정상회의 내내 완전히 마비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시민들에게 아예 수도를 비우고 휴가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통행이 통제되는 수도에 남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파트리시아 부릭 치안장관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폭력과 혼란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보안 조치가 매우 엄격하게 시행되는 만큼 많은 지역의 통행이 금지될 것”이라고 했다.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세계화, 소득 불평등, 자본주의 등에 반대하는 33개의 반대시위가 예정돼 있다. 29일 국회 앞에서 열리는 ‘민중 정상회의(People’s summit)’와 30일 대규모 행진이 대표적인 행사다. 아르헨티나는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 등 치안병력 2만2000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여기에 안심하지 못하고 도시 기능 일부를 통제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들은 매번 시위대를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지난해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시위대가 자동차와 상점을 부수고 경찰들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개최국 정부가 자국 시민들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촉구한 것은 전례가 없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아르헨티나 정부에 공공시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도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전부터 ‘G20은 떠나라. 국제통화기금(IMF)도 떠나라’는 팻말을 내걸고 집회에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 IMF로부터 구제금융 571억 달러(약 64조원)를 받는 등 최악으로 치달은 경제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원조를 요청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외교력을 발휘해 국제적 지지를 얻고 나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G20 정상회의 보안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또 있다. 아르헨티나 경찰이 최근 남미축구 클럽대항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를 막지 못해 신뢰를 잃었다고 브라질 언론 메르코프레스가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