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가서 ‘OOO페이’로 결제, 한·중·일 ‘간편결제 실크로드’ 내년 시작



내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관광객들은 따로 환전하거나 해외 사용가능 신용카드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쓰는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의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 결제를 통해 현지 상점에서도 돈을 지불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촉발한 ‘결제 혁명’이 전통적인 대금지급 방식을 통째로 변화시키고 있다.

29일 간편결제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라인페이는 중국 텐센트의 위챗페이, 한국 네이버페이를 연결하는 ‘국경 없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인다. 먼저 내년 초부터 라인페이와 위챗페이 간 QR코드 결제 공동망이 구축된다. 네이버페이와의 연동도 내년 안에 이뤄진다. 소매점이나 음식점에서 결제한 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는 방식으로 간편결제 3사 간 대금 지급이 가능하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도 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손잡고 QR코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일본 내 알리페이 가맹점의 QR코드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페이 사용자 역시 카카오페이 가맹점에서 QR코드 결제를 할 수 있다. 중국 내 알리페이 가맹점에서도 내년 안에 카카오페이 QR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국내 가맹점의 매출 증대와 내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중·일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결제 공동망’을 구축하는 건 치열한 플랫폼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결과다. 상호 간 무역 및 관광 교류가 활발한 한·중·일이지만 그동안 ‘결제 환경’은 제각각이었다. 한국은 신용·체크카드 결제 인프라를 구축했고 중국은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확대했다. 일본은 금융 안정성을 기반으로 현금 사용에 머물렀다. 하지만 IT 발전으로 결제 국경이 사라지면서 “타국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에 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간편결제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나오는 건 일본이다. 일본 대형은행과 지방은행 등 1300여개 금융사들은 공동개발한 QR결제 서비스를 2020년부터 실시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 “소비세율을 현 8%에서 10%로 올리는 대신 중소 가맹점에서 ‘비(非) 현금’ 결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결제비용의 5%를 환원해 주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증세 정책과 동시에 ‘캐시리스(cashless·현금 없는) 사회’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넓혀나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를 통해 베트남 현지에서 직불 결제가 가능한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지 핀테크 업체인 비모(VIMO) JSC와 가맹 계약을 맺은 식당, 마트, 호텔 등 3000여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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