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조속히 고위급 회담을 열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화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선언 1주년을 맞은 북한도 현재로선 북·미 대화를 깨고 싶지는 않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폼페이오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상원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회담 일정이 잡힌 게 있느냐’는 질문에 “추가로 언급할 것은 없다”면서도 “너무 멀지 않은 시기에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 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이후 후속회담 일정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달 말까지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뜻을 북한에 전달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교착 국면 장기화는 제재 완화를 둘러싼 입장차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영변 핵시설 검증 허용 등을 제시하며 그 상응 조치로서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핵무기 및 핵시설 리스트 제출 등 더욱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내년 초 열기로 했던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북한은 북·미 대화 개시 이후 한동안 자제하던 ‘핵무력’ 표현을 다시 꺼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발사 성공 및 김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선언 1주년을 맞아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실현, 그것은 정녕 북남 삼천리를 넘어 전 세계를 진감시킨 거대한 사변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미 대화가 결렬될 경우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매체에는 핵 관련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 북·미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과 무관하게 당분간은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