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미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수입차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카드를 꺼냈다. GM 구조조정의 불똥이 전 세계 자동차산업에 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GM 때문에 (수입차에 대한) 치킨세(chicken tax)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치킨세란 1964년 프랑스와 독일의 미국산 닭 수입금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소형트럭과 감자 전분, 브랜디 등에 부과한 25% 고율 관세다. 현재는 소형트럭 관세만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소형트럭 사업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수년간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소형트럭에 25% 관세가 붙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수입차에 치킨세를 매기면 GM이 오하이오·미시간·메릴랜드의 공장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입차 관세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초안을 백악관에 제출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미 행정부가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 5월부터 외국산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차 부문 조사를 진행해 왔다. 상무부 보고서의 공식 제출 기한은 원래 내년 2월이지만 이미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에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예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해 왔지만, 이번엔 GM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확실한 명분이 생긴 만큼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독일 일본 등의 자동차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대미 수출품 중 1위이며 대미 수출액에서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