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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거리는 YS의 그림자, 경제지표 악화에 文 지지율 첫 40% 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 기준)가 나왔다. 지지율 수치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하락 추세에서는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다.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이 집권 2년차 후반기부터 경제 문제로 하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긍정평가)은 9주째 하락한 48.8%를 기록했다. 40%대는 취임 후 처음이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5.8%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2.5% 포인트) 안으로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도 호남과 충청권, 경기·인천, 부산·울산·경남,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 진보층과 중도층, 보수층 등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는 “가장 주목할 점은 박근혜정부에서도 민주당으로 기울어져 있던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얼미터는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를 꼽았다. 고용,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 소식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37.6%로 9주째 하락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고공행진을 해왔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난해 6월 역대 대통령 중 최대인 84%를 기록하기도 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올해 5월에도 83%를 기록했다. 하락세에 있다지만 40%대에 고착화된 것도 아니고 역대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폭락 수준도 아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북한 문제가 답보 상태고 경제 민생은 개선된 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지율이 빠진 것”이라면서도 “초반 지지율에는 기대가 많이 포함된다. 지금 50% 언저리 수준도 지지율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한창 일을 할 때인 집권 2년차 후반기에 경제라는 어려운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위험 신호라는 평가도 있다. 경제 문제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취임부터 2년차 후반기까지만 놓고 볼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1993년 83%라는 엄청난 지지율을 얻었지만 취임 2년차인 1994년 후반기부터 경제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김 전 대통령도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 개혁 공약을 실천했지만 물가상승 등 경제 문제를 놓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지나치게 남북 관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경제와 남북문제, 공약 실천에서 균형을 잡아야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삼정부에서 공보수석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KBS라디오에 나와 “김 전 대통령이 IMF 사태가 오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이미 연착륙을 했다는 식의 보고를 계속 받았다”며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지 정직한 보고를, 현실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성수 김판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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