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특감반) 전원을 교체했다. 특감반 직원의 비위가 속속 드러나자 전원 물갈이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기존에 알려진 ‘경찰 수사 내용 사적 문의’ 외에 선물 수수와 같은 다른 비위들이 발각된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공직사회의 적폐청산 작업을 맡아 왔던 특감반의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서 청와대 기강 해이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감반을 관할하는 조국 민정수석은 물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김의겸(사진)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조 수석이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감반의 비위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며 “특감반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특감반 전원 교체를 임 실장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조 수석의 건의를 받아들여 즉각 관련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특감반은 청와대 외부 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감찰하는 조직이다. 검찰·경찰·감사원·국세청 등 각 사정기관에서 파견된 2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임 실장의 지시에 따라 특감반 전원은 이날 오후 6시부로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했다. 김 대변인은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 혐의가 있는 특감반 파견 직원은 소속 기관에서 추가 조사 후 징계를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비위 행위자 관련 정보를 해당 기관에 문서로 정식 통보할 계획이다.
민정수석실에는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 외에도 청와대 내부 직원을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있고,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감반도 있다. 김 대변인은 “전원 교체된 것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이고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특감반 소속 김모 수사관(검찰 출신)이 지난달 경찰청을 방문해 자신의 지인인 건설업자 최모씨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에 대한 수사 내용을 캐물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감찰했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검찰로 복귀시켰다.
이날 한 매체는 특감반 직원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근무시간에 팀을 나눠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대변인은 “주중 근무시간 골프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비위에 연루된 인원수와 구체적인 비위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숫자나 혐의에 대해 밝히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적인 비위 행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특감반 비위가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공직기강 해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불과 2주 만인 23일에는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26일에는 임 실장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 알 것”이라며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