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못하는 것 없는 박지수의 유일한 약점은 우리은행 울렁증?’
여자프로농구(WKBL) 데뷔 3년차를 맞은 센터 박지수(21·청주 KB스타즈)가 전천후 선수로 거듭 났다. 박지수는 준수한 득점력에 센터가 갖춰야 할 리바운드, 블록슛은 리그 최고 수준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가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어시스트, 스틸에서도 활약이 돋보인다. 다만 최강팀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에서 보듯 강팀의 조직적인 수비 견제와 체력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올 시즌 박지수는 주요 지표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다. 29일 현재 경기당 평균 득점이 12점(전체 9위)으로 국내 선수 중 5위다. 평균 리바운드는 11.38개로 국내 선수 1위, 전체 3위다. 블록슛은 경기당 2.63개(1위)를 기록, 1.88개를 올린 외국인 선수 파커(부천 KEB하나은행)를 크게 앞선다. 골밑 활약상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통상 가드들이 상위권을 휩쓰는 어시스트와 스틸 기록이다. 박지수는 평균 5.13어시스트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최고 센터가 리그 최고 포인트가드 박혜진(우리은행·4.63개)과 어시스트 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데뷔 첫 해 평균 2.7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수는 지난 시즌 3.29개에 이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박지수는 스틸 부문(평균 1.5개)에서도 8위에 자리잡았다.
박지수의 팔방미인 역할은 두 차례 트리플더블 달성에서 증명됐다. 박지수는 지난 11일 수원 OK저축은행전에서 12점 16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려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트리플더블을 써냈다. WKBL 역대 최연소 트리플더블이었다. 지난 18일 KEB하나은행을 상대로는 11점 2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박지수의 성장 이유로 미국 무대 경험을 꼽고 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경기 중 여유와 자신감이 생기고 시야도 트였다는 것이다. 196㎝의 장신 박지수는 올 시즌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아 상대 센터를 끌어낸 후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찔러 득점을 돕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하지만 개선해야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특히 올 시즌 팀이 최강 우리은행에 2연패하면서 박지수는 상대의 집중 견제를 어떻게 뚫어야할 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KB는 이날 우리은행에 54대 61로 져 6승 2패가 됐는데 우리은행에게만 패했다. 전대미문의 통합 7연패를 노리는 팀 답게 우리은행은 국내 최고라는 박지수에 대한 대비도 철저했다. 체력이 좋은 토마스가 1차로 박지수를 막고 나머지가 협력수비를 선보였다. 특히 김소니아, 김정은은 박지수 앞에서 과감한 3점슛을 쏘면서 박지수가 골밑과 3점 라인을 잇따라 오고가게 해 체력을 떨어뜨려놨다. 우리은행의 조직적 플레이에 박지수는 이날 턴오버를 7개나 범했다. 지난 16일 1차전에서 박지수에게 13점을 허용한 우리은행은 이날 7점만 내주면서 박지수 봉쇄법이 무르익은 모습이었다.
물론 아직 박지수는 갓 20대의 나이에 접어들어 프로 경력의 정점에 오르지 않았다. 일부 드러난 약점만 보강한다면 WKBL의 각종 통산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