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배병우] 대통령 지지율 ‘데스 크로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48.8%를 기록,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45.8%로 긍정 평가와 3% 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리얼미터는 이달 초중순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대북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렵고 경제도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역전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로 자주 쓰이는 게 ‘데드 크로스(dead cross)’다. 원래 증권시장 용어로 단기주가 이동평균선이 장기주가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급속히 돌파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증시가 약세장으로 전환한다는 강력한 신호로 간주된다. 하지만 데드 크로스는 ‘데스 크로스(death cross)’의 콩글리시다. 미국에서 대부분 증권시장에서 쓰이는 이 용어가 긍정적 추세가 바뀌는 현상을 가리키는 의미로 차용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40%대 후반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치라고 자위한다. 하지만 촛불정국을 거치며 급격하게 바뀐 이념 지형을 감안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촛불정국 이후 과거 40% 대 40%였던 보수와 진보 비중이 30% 대 50%로 바뀌었다고 본다”면서 “그런데도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는 건 매우 안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여기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응답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무응답’이나 ‘잘 모르겠음’ 등 판단을 유보하는 응답자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강도가 세다. 데스 크로스가 임박한 여론조사 결과는 결국 국민들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경제정책의 수정을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잘 못하는 정책’으로 일관되게 민생과 경제가 꼽혀서다.

데스 크로스가 발생하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레임덕이란 단어는 대통령 지지율이 25%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 등에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책을 수정하라는 국민의 바람을 무시하면 국정동력을 빠르게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