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걷히고, 익숙한 전주가 흘렀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4집 타이틀곡 ‘길’이다. 무대 위 다섯 남자는 무던히 걸음을 내디뎠다. 따로 또 함께, 주어진 길을 걸어 나가겠다는 담대한 의지로.
‘국민그룹’이라 불리는 유일한 아이돌, god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오는 1월 13일 20주년 기념일을 한 달여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콘서트를 지난달 30일과 1,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었다. 총 3만석 규모로 치러진 3일간의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객석은 god를 상징하는 하늘색 물결로 넘실댔다. 공연의 타이틀은 ‘그레이티스트(greatest)’. 그야말로 god의 ‘위대한’ 역사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총연출을 맡은 멤버 손호영(38)은 “우리가 ‘그레이티스트’라는 것이 아니라 팬 여러분과 함께한 추억이 ‘그레이티스트’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트리스트부터 남달랐다. god가 발매한 8장의 앨범 타이틀곡과 후속곡으로 전곡이 채워졌다. 전체 20곡 중 단 3곡을 제외하고 전부 가요차트에서 1위를 한 곡들이다. ‘길’부터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애수’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편지’ ‘보통날’ 등 히트곡 무대가 연달아 펼쳐졌다.
god의 대중성은 독보적이었다. 육아 예능 ‘god의 육아일기’로 인지도를 얻었고, 음악성까지 갖추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곡절의 시기가 있었다. 멤버 윤계상(40)이 2004년 탈퇴하면서 2005년 4인 체제로 7집을 낸 이후 팀 활동을 중단했다. 윤계상이 2014년 팀으로 돌아오면서 god는 12년 만에 ‘완전체’로 재결합하게 됐다.
공연에서 윤계상은 이 시기를 직접 언급했다. 7집 타이틀곡 ‘투 러브(2♡)’를 소개하면서 “저 때문에 무대에서 못 하는 노래가 생겼다.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네 멤버가 ‘투 러브’를 부른 이후, 재결합 당시 발표한 ‘미운 오리 새끼’ 무대가 이어졌다. 윤계상까지 다섯 명이 함께했다.
멤버들은 각자의 ‘그레이티스트’한 순간을 꼽기도 했다. 손호영은 데뷔 전 다섯 명이 처음으로 뭉친 날, 박준형(49)은 무일푼 연습생 시절 함께 강남역 대형 레코드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듣던 기억, 김태우(37)는 데뷔 무대를 치른 ‘한밤의 TV연예’ 방송, 데니안(40)과 윤계상은 2014년 재결합 콘서트를 돌이켰다.
공연을 마치면서 god는 함께해 나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멀쩡하고 여러분이 계시는 한, 계속해서 공연하고 싶습니다.”(손호영)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 우리에게 왜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는지, 늘 감사합니다. 더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20년 더 사랑해주세요.”(윤계상) “앞으로 펼쳐질 찬란한 순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김태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