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대법원이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적용은 유·무죄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횟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상습 음주운전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35)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제주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2월 2일 오후 11시30분쯤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1% 이상)인 0.125%였다. 같은 달 27일 강씨는 또다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재판에 넘겨졌다. 이때 혈중알코올 농도 역시 0.177%의 만취 상태였다. 2008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적이 있던 강씨에게 검찰은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기소했다.
도로교통법은 3회째 음주운전을 했을 경우 더욱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다. 도로교통법 조항(148조의2)에는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람이 또 다시 위반했을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두 차례 음주운전을 했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 사건과 별개로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 등도 받던 강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앞서 기소된 음주운전 사건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삼진아웃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월 2일자 음주운전 사건이 아직 재판 중에 있으니 2월 27일자 음주운전을 3회째로 계산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단속 사실만으로는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형은 징역 2년6개월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조항은 반복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발생할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을 예방하고 교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2월 2일자 음주운전에 대해 유죄 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되기 전이라도 이미 강씨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조항은 단순히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며 “형을 선고받거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