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함석진(46·사진) 교수는 폐암 수술 및 폐 이식 수술 전문가다.
함 교수는 1999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2001~2004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에서 조교수로 일하다 2016년 1월, 아주대병원 흉부외과로 일터를 옮겼다. 현재 부교수로 폐암을 포함해 각종 수술이 필요한 폐질환 환자를 치료해주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수는 제1저자 또는 교신저자로서 직접 집필한 논문 12편을 포함해 모두 40여편에 이른다.
함 교수는 3일 “미국 심폐이식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국제 심폐이식 학회지(Journal of heart and lung transplantation)’ 10월호에도 폐 이식 수술의 효과를 높이는 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를 실어 국내외 이식학계의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다.
함 교수는 이 논문에서 돼지 폐 15개에 수소가스를 공급하는 방식(A)과 일반 공기만 주입하는 방식(B), 아무 것도 주지 않고 바로 이식하는 방식(C) 등 3그룹의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이식 전 수소가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폐 이식을 할 때 성적이 제일 낫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함 교수는 올해 4월과 6월, 두 건의 폐 이식 수술에도 연달아 성공했다. 이로써 그간 서울에서만 가능했던 최고난도 폐 이식 수술을 수도권 아주대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병만 보지 말고 환자도 같이 보자.’ 함 교수의 진료철학이다. 병만 고치려 들다보면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 유지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치료를 도모, 되레 고통을 안겨줄지도 모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수술이든 치료 후 삶의 질이 떨어지면 의미가 반감된다는 게 함 교수의 소신이다.
함 교수에게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물어봤다. 함 교수는 동료 정준호 교수와 함께 치료 목적의 폐암 수술을 연평균 150~200건 집도하고 있다. 이 중 약 70%는 옆구리를 4㎝ 정도 절개한 다음 그 틈으로 수술용 내시경을 집어넣고 비디오 모니터를 보면서 암 덩어리를 도려내는 흉강경 수술로 진행된다.
저선량 흉부CT검사 보편화 중요
한국인 10만 명당 35명은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폐암 사망률이 그중 가장 높다. 사람들이 여러 암 중에서도 특히 폐암을 무서워하는 배경이다. 진단을 곧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서다.
폐암은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을 무렵에는 이미 암이 꽤 진행돼 있기 일쑤다.
진행성 폐암은 치료 후 장기생존 가능성이 조기폐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 위험을 피하는 길은 어떻게든 발암 초기에 발견, 암 덩어리를 수술로 깨끗이 도려내는 방법뿐이다.
폐암 전문가들이 평소 건강검진을 받을 때 방사능 피폭 위험이 낮고 이상이 있을 때 선명한 영상을 제공,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저선량 흉부CT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도록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소세포 폐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
폐암은 조직학적으로 크게 비(非)소세포성 폐암과 소세포성 폐암으로 나뉘고,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 치료도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비소세포성 폐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이고, 소세포성 폐암은 항암약물 치료가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비소세포성 폐암 중에서도 선암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폐암은 10명 중 약 7.5명이 겪는 비소세포성 폐암이다.
사람의 폐는 폐엽이라고 부르는 5개의 조각으로 구획돼 있다. 폐암 수술이라고 하면 보통 이들 중 암이 자리 잡은 폐엽 조각을 잘라내는 ‘폐엽절제술’을 가리킨다. 수술을 할 때는 정확한 병기 설정과 재발 방지를 위해 가능한 한 주위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같이 절제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이 원칙은 내시경을 이용하는 흉강경 수술이든, 갈비뼈를 벌려 진행하는 개흉(開胸)수술이든 관계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수술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조건은
어떤 암이든 수술로 암 조직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도 좋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50% 이상 완치(5년 생존)를 기대해도 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는 과연 무엇으로 판단하는 것일까.
첫째, 수술에 적절한 병기여야 한다. 병기는 흉부CT, 뇌 전이를 가리기 위한 MRI, 타(他)장기 및 림프절 전이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PET 검사 결과를 보고 확정된다. 보통 2기까지는 수술을 우선적으로 하고, 3기는 일부 환자만 수술이 가능하다. 다른 장기 전이가 보일 때(4기)는 수술보다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환자의 심폐기능이 수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폐는 한번 잘라내면 간이나 피부처럼 재생되는 장기가 아니므로 심폐기능이 안 좋을 경우 수술 후 심한 호흡곤란이나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셋째, 당뇨나 신장질환, 간질환 등이 심할 경우에도 수술에 신중해야 한다. 전신 마취나 폐 절제 후 기저 질환이 악화돼 자칫 수술을 받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함 교수는 “이 때문에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폐질환을 다루는 유관 진료과목 교수들과 주 1회 다학제 협진회의를 통해 환자 입장에서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