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축구 명가 서울의 추락

서울 선수들이 1일 열린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후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 이날 패배로 11위가 확정된 서울은 K리그2의 부산 아이파크와 오는 6일과 9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지난달 11일 열린 2018 K리그1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 중 얼굴을 감싸 쥐고 있다. 뉴시스


K리그에서 6차례 우승한 전통의 명가 FC 서울이 비극적인 한 해를 맞이했다. 서울은 올 시즌 창단 후 처음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 데 이어 1부리그 잔류를 위한 단두대 매치인 승강 플레이오프에까지 내몰렸다. 2016년 우승을 포함, 2010년대 들어 세 차례나 국내리그 최고팀으로 우뚝 섰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서울은 1일 열린 2018 K리그 최종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하며 K리그1(1부리그) 1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10위 상무와 승점은 40점으로 같지만, 다득점(40득점-41득점)에서 밀렸다. 서울은 K리그2(2부리그) 플레이오프의 승자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전을 치러야 한다. 설마 했던 강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은 개막 초부터 흔들렸다. 첫 5경기 3무 2패, 무승으로 불안정하게 시작했다. 시즌 내내 저조한 결정력에 시달리며 최소 득점을 기록했고, 무승부는 13경기로 가장 많았다. 하위 스플릿에서도 부진한 모습이 이어졌다. 마지막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서울은 끝내 연패하며 생존 기회를 놓쳤다.

부진의 일차적 원인은 외국인 용병 영입의 실패다. 전통적으로 서울은 최고 수준의 용병을 보유한 팀이었다. 가깝게는 ‘데몰리션(데얀+몰리나)’과 아드리아노가 있었고, 멀리는 제파로프, 아디 등이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겨울 주전인 데얀과 오스마르를 내보낸 후 제대로 된 보강을 하지 못했다. 새로 데려온 공격수 안델손과 마티치는 각각 6골, 1골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일 “올 시즌 서울의 용병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른 팀들보다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남과, 울산 등은 용병의 활약에 힘입어 상위 스플릿에 올랐다.

서울만의 색을 드러내던 기술력 좋은 유스 출신 선수도 없다. 서울은 최근 수년간 기성용과 이청용 같은 재능 있는 젊은 자원을 거의 배출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조영욱은 연령별 대표팀 등에 차출되며 존재감이 약했다. 한 해설위원은 “서울은 유스 출신의 탄탄한 국내 선수들에 우수한 용병 자원을 결합해 성적을 내던 팀”이라며 “두 가지 모두에 실패하며 전반적으로 선수단의 퀄리티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세 명의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가 연이어 지휘봉을 잡았지만 기울어가는 팀을 살려내진 못했다. 서울을 2년여간 이끌어온 황선홍 감독은 4월 말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이을용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섰지만 반등은 없었다. 하위 스플릿이 확정된 후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최용수 감독도 팀을 구해내진 못했다.

서울은 오는 6일과 9일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여태껏 치른 5번의 승강 플레이오프 가운데 K리그1 팀이 승리한 적은 단 한 차례(상무·2017년)뿐이다.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이기고 올라온 승자의 기세를 꺾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한 해설위원은 “최 감독이 침체된 선수단의 분위기 다잡는 데 성공해야 잔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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