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내년 1~2월 회담… 장소 세 군데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2월 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북·미 접촉이 계속 미뤄지면서 내년 초 회담 개최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사이의 간극이 여전한 상황에서 두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내년 1월이나 2월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로는 세 군데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at some point)에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지 3곳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방미 초청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을 미뤄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제3국에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차 정상회담 장소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오스트리아 빈, 몽골 울란바토르 등 도시들이 거론된다. 판문점, 제주도, 평양 등 한반도 지역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미국 방문은 2차 정상회담 종료 후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급진전되는 조건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미가 보여 온 최근 흐름과는 다소 어긋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초 뉴욕에서 만나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갑자기 취소됐다. 고위급 회담 개최 지연으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회담도 불투명해지면서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북·미 대화를 총괄 지휘하는 폼페이오 장관도 낙관론을 폈다. 폼페이오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차 정상회담이) 곧 열리기를 희망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회담은 내년 1월 1일이 지나고 바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 해제 등 양보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중 정상은 북한 문제에 큰 진전이 있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우정과 존중을 각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미가) 서로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협정 체결’ 기조를 둘러싸고 미·중 정상 간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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