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했다… ‘질식 수비’ 남자농구 2연속 월드컵行

한국농구 국가대표팀의 라건아(가운데)가 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2라운드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호쾌한 덩크를 성공시키고 있다. 

 
김상식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질식수비와 뒷심 농구를 장착하며 새롭게 거듭났다.

한국은 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2라운드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88대 67로 승리했다.

요르단전 승리로 한국은 8승 2패를 기록하며 뉴질랜드(9승 1패)에 이어 E조 2위가 됐다. 조 3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개최국 중국(5승 4패) 포함, 최소 조 4위를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 2월 22일과 25일 각각 진행되는 시리아전과 레바논전의 승패 여부에 관계없이 FIBA 중국농구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물러난 허재 감독의 뒤를 이은 김 감독은 대표팀의 수비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략은 지난달 29일 레바논전에 이은 이번 홈 2연전에서 쏠쏠한 효과를 봤다.

한국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질식 수비의 면모를 보여줬다. 1쿼터 시작 뒤 4분 20여초 동안 요르단에게 단 1득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쿼터 막판 점수차가 좁혀지자 2쿼터부터는 초반부터 압박수비를 가동했다. 2쿼터 시작하자마자 요르단의 진영에서 수비를 개시해 인바운드패스를 가로챈 뒤 공을 건네받은 임동섭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6점으로 벌린 부분은 이날 수비의 백미였다. 이후 한국은 공방전을 펼치면서도 2쿼터에 단 한 번도 상대에게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동안 한국은 6개의 스틸을 성공시키며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어냈다. 쉬운 슈팅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요르단의 득점을 최소화했다.

김상식호가 보여준 특징 중 하나는 후반 강세다. 요르단전에서 1쿼터 2쿼터 각각 한 점차로 앞서가던 대표팀은 후반 개시 3분여 만에 점수차를 12점으로 순식간에 벌렸다. 이어 4쿼터에서 13점차의 우위를 보이는 등 후반전에만 격차가 19점이나 됐다. 지난 29일 전반 27득점에 그쳤다가 후반 57점을 올리며 대역전극을 펼친 레바논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전반전에 강력한 수비와 몸싸움으로 상대를 지치게 한 뒤 후반에 빠른 공격으로 압도하는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대표팀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예선 2경기를 앞두고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식수비를 기반으로 한 농구를 천명했다. 벤치에도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있는 만큼 이들을 믿고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압박 수비와 함께 강력한 몸싸움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복병인 요르단전과 레바논전에서 한국은 평균 69점만 허용했다.

이날 수비농구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양희종이다. 양희종은 이날 22분을 뛰며 득점은 6점에 불과했지만 스틸 2개와 블록슛 1개를 기록하며 수비에서 맹활약했다. 양희종이 코트에 섰을 때 한국의 코트 마진(득실점차)은 28점이었다. 이날 경기를 뛴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에이스 라건아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한국은 전반 야투 난조로 고전하고도 5명의 선수가 8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고른 득점 분포도를 보였다. 팀내 최다 어시스트(6개)를 기록한 이정현이 13개의 야투 중 7개를 성공시키며 최다 득점자(19점)가 돼 만점 활약을 펼쳤고 라건아(13득점)와 김선형(10득점)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어시스트 숫자에서도 26개를 기록하며 10개를 기록한 요르단을 크게 앞서며 팀워크에서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보완해야할 점도 있다. 김 감독이 수비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이 리바운드다. 라건아 외에 오세근과 김종규 등 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빅맨들이 대표팀에 복귀해 기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2%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전반 한국은 요르단에 많은 공격 리바운드를 빼앗기며 상대에게 쉽게 두 번째 기회를 내줬다. 후반에 비해 전반을 고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도 공격 리바운드는 한국이 10개로 요르단(14개)에 비해 적었다. 그나마 이날 1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라건아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도 있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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