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김 위원장과 함께 남은 합의(6·12 싱가포르 합의)를 마저 이행하기 바라고,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내가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다. 양 정상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양국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방문할 경우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당부를 제게 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앞선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G20 행사장에서 30분간 배석자 없이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 대해 아주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런 만큼 김 위원장과 함께 남은 이 합의를 다 마저 이행하기 바라고,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내가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제대로 하면 북한이 원하는 안전을 보장해준다든지, 비핵화가 끝난 후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북 제재의 완화 또는 제재의 해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축소, 대북 인도적 지원, 문화·스포츠 교류 등을 상응조치의 예로 들었다. 또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대체로 포괄적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핵화가 끝나고 상응조치가 시작되는 시점은 결국 미국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협상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서 지금 (결과를) 고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핵실험장, 미사일 실험장을 폐기하고, 미국의 참관이 이뤄지고, 영변 핵단지가 폐기되는 식으로 나가면 어느 시점인지 모르지만, 그때는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됐다고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가) 20% 수준이 될지, 30%가 될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그때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것은 결국은 미국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공감하면서 정부의 초청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한 가지 우려를 던 것은 혹시 2차 북·미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기 전 남북 간에 답방이 이뤄지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가 없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전 세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김 의원장 답방을 두고 국론분열이 있을 수가 없으며 모든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경호 문제를 두고도 “아마 북한이 가장 신경을 쓸 부분이 경호나 안전 문제”라며 “철저하게 보장하겠다. 이를 위해 교통이라든지 국민들께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클랜드=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