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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전쟁’ 90일 시간 벌었지만… ‘항구 평화’엔 회의적



반년 가까이 이어지던 미·중 무역전쟁이 잠시 휴전을 맞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어 추가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고 3개월 안에 무역 합의를 도출하기로 약속했다. 두 정상은 2시간30분간 이어진 정상회담 및 업무만찬을 통해 이같이 합의했다.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던 두 경제대국의 갈등은 잠시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90일 휴전’이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양국 간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내년 1월 1일 2000억 달러(약 224조4000억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려던 기존 계획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 미·중은 앞으로 90일 안에 협상을 벌여 무역전쟁을 종결지을 합의를 도출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이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은 예정대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게 된다.

이번 합의는 전반적으로 미국 측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산 제품을 대량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은 즉각 개시하기로 약속했다. 미·중 양국은 향후 협상에서 강제적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비관세 장벽, 사이버 공격 등과 관련한 구조개선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 의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사례로서 맹비난하던 것들이다.

중국도 미·중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사후 브리핑에서 “양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서로 중지하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며 “두 정상은 상호 방문과 정상회담, 전화통화 등 방법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관계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또 “양국은 상호 시장 개방을 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중국 측은 개혁개방을 새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의 합리적인 우려를 점차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몇 가지 작은 선물도 챙겨줬다. 시 주석은 미국 내에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아편 성분 진통제(오피오이드)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인이 펜타닐을 미국으로 밀수출하면 법정 최고형을 받는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시 주석은 또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승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대미(對美) 비관세 보복조치로서 퀄컴·NXP 합병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중은 극한 대립을 멈추고 무역협상 테이블을 다시 열 것으로 보인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에서 고위급 회담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전쟁 여파가 낳은 달러 강세와 관세 부담으로 압박 받던 글로벌 경제는 미·중 대화 기간 동안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90일 휴전 기간 동안 구조적 모순을 완전히 해소하고 무역전쟁 종전을 선언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미·중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강경파가 다시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번 회담에는 예상과 달리 강경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들이 대거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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