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체하면 투숙객이 위험하다. 소방차를 건물에 바짝 주차시켜 신속한 탈출을 돕는다.”
지난 1일 밤 11시쯤 전남 여수시 돌산읍의 한 무인텔 앞. 전기 공급이 끊겨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하던 투숙객 55명은 침대와 소파 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와 거세지는 불길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소방차 2대를 이끌고 출동한 서상기(52·소방위) 팀장이 최대한 소방차를 건물에 바짝 붙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2~4층에 객실 30개가 있는 무인텔의 2층 창문과 소방차 높이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소방차 지붕을 ‘탈출구’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2층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투숙객 가운데 김모(45)씨 일가족 등 13명이 창문을 넘고 소방차 지붕으로 걸어 건너와 불과 5분여 만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2층 복도의 출입문이 자물쇠로 잠긴 상황에서 서 팀장의 재빠른 판단은 정확히 적중했다. 만일 복도와 계단을 통한 통상적 탈출이 이뤄졌다면 투숙객들의 안전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투숙객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지만 소방차 지붕으로 빠져나온 13명을 포함한 나머지 53명은 무사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여수소방서 조을호(58·소방령) 현장지휘단장은 “경험이 풍부한 서 팀장이 현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많은 생명을 구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관들의 활동도 눈부셨다. 2일 오후 4시35분쯤 광주 도심인 수창초교 인근 도로에서는 상가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된 A(49·여)씨가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불행한 사고를 당한 직후 지인의 승용차에 실려 병원으로 급히 가는 길이었지만 금남로 간선도로는 차량으로 가득 차 있어 좀처럼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때마침 부근을 지나다가 도움을 요청받은 광주 북부경찰서 역전지구대 김한상(42) 경사와 정승민(38) 순경이 ‘수호천사’로 나섰다. 김 경사 등은 112순찰차를 이용해 중앙선을 넘나들며 약 3㎞ 거리를 달려 4분여 만에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술방 등의 사정으로 즉각 봉합수술이 어렵다고 하자 김 경사 등은 A씨를 다시 태워 1㎞ 거리의 다른 종합병원으로 후송해 손가락 봉합수술을 제 시간에 받도록 했다. A씨는 “1초가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며 “김 경사 등에게 더할 수 없이 고맙다”고 울먹였다.
앞서 지난달 15일 광주 풍암지구 마재우체국 인근에서는 낚싯바늘을 삼킨 4살 여아가 2019학년도 수능으로 불어난 차량행렬에 오도 가도 못하고 막혔다가 광주서부경찰서 김택희(51) 경위의 종횡무진 활약으로 내시경 응급시술을 받고 퇴원하기도 했다. 김 경위는 금지옥엽 키우던 딸이 호흡을 못한다는 김모(41·여)씨의 간청을 듣자마자 도심 8~9㎞ 구간을 전광석화처럼 내달렸다. 김규현 광주경찰청장은 “경찰이 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