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공포에 떨었던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 1일 미국과 중국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서 ‘산타 랠리’(연말·연초의 주가 강세 현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관세 폭탄을 주고받던 양국이 90일간 휴전을 선언했다는 것만으로도 금융시장은 안도했다.
하지만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잠시 늦춰졌을 뿐이라는 신중론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두 나라가 지적재산권 등의 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좁힐지 여전히 미지수다. 때문에 증시가 단기 반등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 상승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코스피지수는 3일 2100선을 회복했다. 전 거래일보다 35.07포인트(1.67%) 오른 2131.9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97% 상승한 709.46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7%나 올랐다.
글로벌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구리, 아연 등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치솟았다. 미국산 대두(콩) 선물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국이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규모를 즉시 확대키로 한 영향이다. 미국의 콩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코스피시장의 ‘KODEX 콩선물 ETF(상장지수펀드)’는 3.38% 올랐다.
특히 국내 투자자에겐 중국 증시의 급등이 반갑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코스피지수는 상하이종합지수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역전쟁 완화로 중국 증시가 회복되면 코스피 투자심리도 살아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7거래일간 코스피시장에서 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시사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파월 의장은 시장 예상보다 한 발씩 더 ‘매파적’(긴축 선호)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지난 10월 악몽 같았던 글로벌 증시 급락도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방아쇠였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신흥국 증시 투자심리는 회복될 수 있다.
이번 G2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북한 문제에 협조를 얻어냈다는 점도 ‘파란불’이다. 이날 현대건설(4.91%) 현대엘리베이터(6.3%) 같은 남북경협주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낙폭이 컸던 반도체, 화학, 증권 등 가치주와 디스플레이, 호텔레저, 유통, 운송 등의 업종에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면서 “남북경협주 반등이 가세하면 코스피지수 2300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의 중장기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이 실무진 협상에서 ‘디테일의 악마’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40% 관세를 삭감 및 철폐하기로 합의했다고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적었다. 다만 중국이 현재 40%인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할지, 아니면 전면 철폐할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중의 적개심은 일시적으로 잦아들겠지만, 양국 관계는 지속해서 논란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두언 KB증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 관세부과의 영구 철회가 아닌 조건부 유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에서 중국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성원 이택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