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올 크리스마스는 서울 명동서 즐길까

정부가 이달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김 위원장이 묵을 숙소와 방문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서울행에 대비해 국무총리 공관이나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등 경호가 용이한 숙소를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방문 시기로는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일(17일) 직후인 19~21일이나 크리스마스가 낀 마지막 주가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3일 “김 위원장 답방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숙소 선정”이라며 “방문 일정 동안 동선과 경호 문제를 고려해 다양한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월 묵었던 워커힐호텔이 거론된다. 워커힐호텔은 도심에서 떨어진 한강변에 위치해 경호에 유리하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머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과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묵었던 서울 중구 신라호텔도 후보로 꼽힌다. 도심에 위치한 이들 호텔은 서울의 발전된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호텔을 나설 때마다 보수 단체의 시위를 목격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호텔에 묵는다면 경호를 위해 건물 전체를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특급호텔들은 연말까지 객실 예약이 거의 완료돼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담을 사이에 둔 국무총리 서울공관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정상회담은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행사는 창덕궁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총리 공관은 두 곳과 가까워 경호와 의전이 용이하다. 일반 호텔과 다른 격식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공관 규모가 작아 김 위원장 수행단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안에 있는 해외 정보수장들을 위한 귀빈 숙소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이곳에서는 헬기를 통해 청와대 왕래가 가능하다.

김 위원장 방문 시기는 17일 이후부터 크리스마스 주간까지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12∼14일로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북한이 3일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어 물리적으로 중순은 어렵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한다면 17일 아버지 기일을 보낸 뒤 방남할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방남 결심이 서고,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미국 측에 상응조치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면 19~21일 전후 방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남북 정상이 크리스마스 기간에 남산 서울타워를 방문해 서울 도심 경관을 감상하고, 명동을 찾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방문 때 야간 도심 투어를 했던 것처럼 서울시내 투어를 하거나 산업시설을 둘러보는 일정도 마련될 수 있다. 정부가 준비한 공연을 함께 관람하거나 북측 예술단의 남측 공연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백두산 등반에 이은 남북 정상의 한라산 등반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백두산에 함께 오르면서 김 위원장 답방 시 한라산 정상에도 함께 오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라산 등반이 이뤄진다면 남북 정상은 우선 비행기로 제주도에 간 뒤 헬기로 정상까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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