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하나로는 부족해”
유럽 축구 빅 리그를 넘나들며 득점왕에 도전하는 골잡이들의 득점 행진이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시즌 초반 예열을 마치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아는 듯’ 타리그 득점왕 출신들이 득점 선두로 치고 나오고 있다. 같은 유럽 리그라 해도 리그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은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전천후 골잡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천후 골잡이는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다. 올 시즌 개막 전 활동 무대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이탈리아 세리에 A로 옮긴 호날두는 3일 현재(한국시간) 10골로 크시슈토프 피옹테크(23·제노아)와 리그 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5일 스팔과의 리그 홈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이후 지난 2일 피오렌티나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쐐기 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득점왕에 오른 호날두는 9월 16일 4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 후 10월 들어 득점을 몰아넣기 시작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아진 결과다. 특히 득점 공동 선두인 피옹테크가 골만 10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호날두는 도움도 5개를 기록해 다른 선수의 골 찬스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골 추가 속도도 빠르다. 유벤투스에서 세리에 A 데뷔 첫 시즌 14경기 만에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한 것은 1957-1958시즌 존 찰스 이후 처음이다. 호날두가 현재와 같은 페이스로 득점왕에 오를 경우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4대 리그 중 3개 리그에서 득점 1위에 오른 선수가 된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최근 스카이 스포츠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에게 큰 자신감을 주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도와준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2016-2017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른 피에르 오바메양(29·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노린다. 2013-2014시즌부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오바메양은 2016-2017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에 한 골 뒤진 리그 2위였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추가해 득점왕으로 시즌을 마쳤다.
오바메양은 2017-2018시즌 중인 지난 1월 아스날 역대 최다인 57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팀을 옮겼다. 이적 첫해 리그 13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하며 완벽 적응했다. 풀 시즌으로는 처음인 올 시즌에는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듯 초반부터 득점 선두권을 형성했다. 그는 5골을 기록한 10월에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차지했다. 3일 토트넘과의 경기에선 선제골과 2-2 동점골을 기록하며 10골로 라힘 스털링, 세르히오 아궤로, 해리 케인(이상 8골)을 따돌리고 프리미어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간 크리스티안 비에리(프리메라리가, 세리에 A), 루카 토니(세리에 A, 분데스리가), 판 니스텔로이(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루이스 수아레스(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등이 2개 리그에서 득점 선두에 오른 적이 있다.
반면 리그를 평정했더라도 리그를 옮기고 나서 이전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안드리 세브첸코는 2003-2004 세리에 A 득점왕에 오른 이후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옮겼으나 첫 시즌인 2006-2007시즌 리그에서 단 4골만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네 차례나 득점왕에 올랐던 티에리 앙리 역시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로 옮긴 이후 이전 같은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