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의 주도(州都)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을 달리면 킹피셔 카운티가 나온다. 이곳에 SK이노베이션의 셰일가스 사업의 새로운 전진기지 ‘SK 네마하’ 생산광구가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광활한 벌판에 높이 40m가 넘는 거대한 시추기(oil rig)가 굉음을 내며 파이프(강관)를 지하에 박아넣고 있었다. 시추공은 수직으로 2㎞, 수평으로 1.6㎞까지 들어간다.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시추기가 있는 곳에서 비포장도로를 15분 정도 더 달리자 메뚜기 모양의 펌핑 유닛(pumping unit)이 나왔다. 시추기가 이미 지하로 구멍을 뚫어놓은 곳에 펌핑 유닛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뽑아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미국 롱펠로 에너지가 운영하던 네마하 생산광구를 인수했다. 2014년 네마하 생산광구와 맞닿아 있는 플리머스 생산광구를 인수했던 SK이노베이션에는 미국 내 두 번째 셰일 생산광구다.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 미국에 셰일 생산광구를 확보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의 네마하 생산광구와 플리머스 생산광구를 합친 면적은 528㎢다. 서울 면적(605㎢)에 필적할 정도로 넓다. 각각 120개의 유정(油井)이 있다.
유정에선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함께 나온다. 네마하 광구에선 하루 약 3900BOE(원유환산 배럴)가 생산된다. 플리머스 광구에선 약 1700BOE의 셰일원유와 셰일가스를 추출한다. 시추 책임자인 안형진 부장은 “네마하 광구 내 2곳에서 시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시추 지역을 4곳 더 늘릴 예정이라 앞으로 유정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 유정 개발을 위한 시추 작업은 수직 시추와 수평 시추로 나뉜다. 수직으로 지하 2㎞까지 파고 들어가 암반 형태의 셰일가스층을 만나면 수평으로 최대 1.6㎞까지 시추해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뽑아낸다. 유전에 시추기가 처음 세워져 첫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나오는 데까지는 대략 6개월이 걸린다. 특히 수평 시추가 고난도 작업이다. 2004년 ‘수압 파쇄’ 공법이 도입되면서 어려움을 해결해 ‘셰일 러시’가 생겼다.
수직으로 굴착하는 전통적 방식의 석유 추출은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낮지만 성공하면 높은 경제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수평 시추를 하는 비전통적 방식의 셰일 사업은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발견할 확률은 높지만 경제성 확보가 숙제다. 배럴당 40~50달러가 셰일의 손익분기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중국 베트남 등에서 쌓은 전통적인 개발 기술을 셰일 사업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페루 중국 호주 오만 등 9개국에서 13개 광구와 4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태원 북미사업본부장은 “전통적 사업과 비전통적 사업 간 융복합 능력은 SK의 최대 강점”이라며 “이를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 최고의 사업자로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오클라호마시티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