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문가들은 ‘정갈한 서정’ 높이 샀다

올해 출시한 신보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왼쪽 사진)과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 페이지터너 제공


차트에서 빛나는 성적을 올리진 않았지만,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 적은 없지만 매년 가요계엔 반짝이는 성취를 보여준 음반들이 출시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일보는 최근 음악평론가나 음악잡지 편집장 7명에게 2018년을 빛낸 숨은 명반이 무엇인지 물었다. 2장씩 꼽아달라고 부탁했지만 3장이나 4장을 언급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많은 평론가들이 소개한 음반은 장필순이 지난 8월 선보인 정규 8집 ‘소길화’였다. 평론가 3명(김작가 서정민갑 한동윤)이 장필순의 음반을 언급했다. 앨범은 2015년 4월부터 드문드문 발표한 노래 10곡에 신곡 2곡을 보탠 작품이었는데, 여기엔 장필순이 살고 있는 제주의 바람과 바다의 향기가 묻어나는 음악들이 정갈하게 실려 있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올해 가장 훌륭한 음반이었다”며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고 격찬했다. 이어 “정교함의 ‘극한’을 보여준 앨범”이라며 “한국 음악계에서 오랫동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온 거장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한동윤 평론가는 “목가적인 정취와 인간미를 두루 담아낸 음반이었다”며 “장필순은 신작을 통해 자신이 계속 진화하는 뮤지션이라는 점을 증명해냈다”고 평했다. 김작가는 이 음반에 대중적인 관심이 덜했던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삶과 풍경이 하나로 녹아든 이 서정의 서사를 느릿하게 받아안기에 우리의 일상이 너무 촉박했던 것일까.”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가 지난 4월 발매한 ‘송 오브 에이프릴’을 꼽은 전문가도 2명(김광현 서정민갑) 있었다. 4월의 노래(Song of April)라는 제목이 붙은 건 이 음반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아낸 앨범이어서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은 “재즈 연주자가 시대의 아픔을 음악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재즈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가 돋보인 수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가요계엔 실험적인 사운드와 구성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힌 음반도 한두 장이 아니었다. 밴드 향니가 발표한 미니음반 ‘2’, 래퍼 뱃사공의 ‘탕아’, 싱어송라이터 김오키의 ‘새턴메디테이션’이 대표적이었다. 이경준 평론가는 향니의 음반에 대해 “전작인 ‘첫사랑이 되어줘’는 국내에 없는 스타일의 앨범이었지만 정돈이 안 된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신작은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균형 잡힌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뱃사공의 음반을 언급한 박은석 평론가는 “록과 힙합의 크로스오버를 보여준 음반으로 독자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고 호평했다. 현지운 평론가는 김오키의 앨범을 치켜세우면서 “그의 음악은 항상 두 발자국 정도 앞서있다. 국내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제대로 그리려면 김오키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성 강한 개성 넘치는 음악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밴드 앗싸의 ‘트레스 본본’을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앗싸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성기완이 결성한 팀. 한동윤 평론가는 “국악 월드뮤직 힙합 등 온갖 장르가 혼재돼 있었는데, 신선한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준 앨범이었다”고 평가했다.

설문에서는 강렬한 사운드를 내세워 주목할 만한 앨범을 만들어낸 뮤지션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박은석 평론가가 치켜세운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의 ‘일렉트릭 정글’은 1분짜리 노래 22곡을 담아낸 이색적인 음반이었는데, 인상적인 트랙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메탈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밴드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의 음반(이경준)이나, 정교하면서도 박력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선보인 밴드 라이프 앤 타임의 앨범(김작가)을 올해의 숨은 명반으로 꼽기도 했다.

전문가들을 상대로 2018년 가요계를 대표할 만한 곡을 꼽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다수는 특정 노래 한 곡을 꼽는 건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가장 많이 언급된 곡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였다. 현지운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을 꼽으면서 “국악을 활용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도 이 노래를 선정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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