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품은 환상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리뷰]

디즈니 실사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호기심 많은 소녀 클라라(메켄지 포이). 그는 대부 드로셀마이어(모건 프리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마법의 세계로 들어간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선물을 열 수 있는 황금열쇠를 찾아 나서기로 한 클라라는 호두까기 병정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낯설지 않은 줄거리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차이콥스키 발레 공연 ‘호두까기 인형’이 디즈니 실사 영화로 재탄생했다. 앞서 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말레피센트’(2014) ‘신데렐라’(2015) ‘정글북’(2016) ‘미녀와 야수’(2017) 등을 잇는 흥행을 거둘지 주목된다.

6일 개봉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디즈니 특유의 환상적인 미장센을 보여준다. 눈 내린 마을 풍광이나 화려한 궁전 전경이 시선을 붙든다. 꽃 눈송이 사탕 등 각각의 테마로 꾸며진 왕국들도 인상적이다. 네 번째 왕국에서 등장하는 ‘생쥐 마왕’은 컴퓨터그래픽(CG)과 모션 캡처를 통해 역동적 움직임을 구현해낸다.

발레를 적극 활용한 연출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사탕의 왕국 섭정관 슈가 플럼(키이라 나이틀리)이 클라라에게 4개의 왕국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발레리나의 몸짓으로 표현된다. 차이콥스키 명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지며 색다른 감상을 자아내는데, 성기게 삽입된 극중극 형식은 이질감을 주기도 한다.

유색인종을 배제하는 ‘화이트워싱’을 떨쳐낸 캐스팅이 조화로운 합을 만들어낸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석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가 발레 파트를 이끈다. 클라라를 수호하는 호두까기 병정 필립 호프먼 대위 역의 제이든 포오라-나잇과 대부 드로셀마이어 역의 모건 프리먼 역시 백인이 아니다.

서사 구조가 단조롭다는 한계는 극복해내지 못한다. 다만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각색은 스토리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해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는 원작의 내용이 빠졌다. 클라라는 당당히 위협에 맞서고 이겨내고 성장한다. 마치 소녀에게 왕자는 필요치 않다고 외치듯이. 99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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