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출신의 발, ‘메날두 시대’ 날리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8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발롱도르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AP뉴시스
 
모드리치(가운데)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G조 AS 로마와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 상은 발롱도르 수상 자격을 갖추고도 받지 못했던 모든 선수를 위한 상이다.”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 리오넬 메시(31·FC 바르셀로나)의 ‘발롱도르 10년 천하’를 종식시켰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축구공을 놓지 않았던 모드리치는 러시아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국제축구연맹(FIFA)·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에 이어 축구 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모드리치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8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발롱도르 수상자로 호명됐다. 발롱도르는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이 그해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1956년 스탠리 매튜스가 첫 수상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호날두와 메시가 각각 5번씩 발롱도르를 양분해 다른 축구 스타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모드리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사비, 이니에스타, 스네이더르 같이 발롱도르를 탈 수 있었던 선수들이 있었다”며 “사람들이 비로소 다른 이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중원의 사령관’으로 조국 크로아티아를 준우승으로 이끈 모드리치는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외신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벨레비트 산에 거주했던 모드리치의 가족은 모드리치의 조부가 세르비아 반군에 살해당하고 집이 불탄 후 항구도시 자다르로 이주했다. 모드리치는 그곳에서 태어나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난민 호텔 복도에서 축구를 하거나 공을 가진 채 잠이 들기도 했다. 포탄이 수시로 떨어져 대피소로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축구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현재 키는 172㎝로 어릴 때부터 작은 편에 속했지만 탁월한 체력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두각을 나타냈다.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후 2005년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세 시즌 연속 리그 및 컵 대회에서 우승한 후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2012년에는 레알 마드리드로 소속을 다시 옮겼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모드리치는 이날 “어린 시절 나는 유명 구단에서 뛰면서 중요한 상을 수상하는 꿈을 꿨다”며 “발롱도르는 나에게 단순한 꿈 이상이었는데 정말 영광이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한편 모드리치의 전 소속팀 동료 호날두가 발롱도르 수상 순위 2위, 러시아월드컵 우승 주역인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3위였다. 메시는 킬리안 음바페(20·PSG)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음바페는 21세 이하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초대 ‘코파 트로피’를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진행자가 올해 신설된 여자 발롱도르 수상자 아다 헤게르베르그(23·리옹)에게 엉덩이를 흔드는 춤(트워크)을 출 수 있느냐고 물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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