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예상을 깨고 올림픽 공식후원 계약 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했다. 오는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까지였던 올림픽 공식후원 계약 기간을 8년 더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계약식에는 이재용 (사진 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토마스 바흐(오른쪽) IOC 위원장도 참석했다.
당초 재계는 삼성전자가 올림픽 후원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훈련 지원 의혹에 휘말려 구속된 바 있어 삼성전자가 스포츠 관련 후원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또 올림픽 마케팅 효과는 예전만 못한데 IOC가 요구하는 후원 규모는 커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후원사(TOP)의 경우 4년마다 1억 달러(약 1100억원) 정도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후원 금액은 앞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올림픽 후원사라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되는 남북 공동개최 올림픽이 2032년이어서 삼성전자가 후원을 연장한 기간 밖에 있기는 하지만 2028년 이후에도 후원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기존 후원사는 후원 계약 연장 시 우선권이 있다. 삼성전자가 원할 경우 2028년 이후에도 계속 후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후원사 자리를 내놓으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그 공석을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IOC 위원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IOC 위원인데 삼성전자의 후원마저 중단된다면 글로벌 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화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 이어 개최지가 결정되지 않은 2026년 동계올림픽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무선·컴퓨팅 분야 공식 후원사로 참가하게 됐다. 또 이번 후원 계약을 통해 무선·컴퓨터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에서 구동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기술의 권리까지 확보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30년간 글로벌 올림픽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고 1997년 IOC와 글로벌 후원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 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