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의 소유주가 누구인가를 가리는 진실 공방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진실은 둘 중 하나다. ‘계정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다’ 혹은 ‘김혜경씨는 계정의 소유주가 아니다’이다. 진실은 둘 사이 어디쯤에 있지 않다. 하나가 진실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다.
‘계정 소유주가 김씨’임을 진실이라고 믿는 검찰은 4일 김씨를 소환했다. 지난 4월 8일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과정에서 전해철 의원이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트위터 계정주를 고발하면서 논란이 시작된 지 근 8개월 만이다.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포토라인에 서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입니다”라고 한마디 했다. 김씨가 믿는 진실은 ‘(나는)계정 소유주가 아니다’이다. 김씨는 기자가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g메일 아이디와 똑같은 포털 다음(DAUM) 아이디의 마지막 접속지가 자택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도 힘들고 억울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수원지검은 아침부터 취재진으로 북적였고 출석 예정 시간인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10시5분쯤 승용차 한 대가 도착했고 김씨가 베이지색 코트에 검은색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김씨는 차량의 창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포토라인에 서서 ‘진실’을 언급했다.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때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였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김씨와 검찰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김씨의 중요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인데 6·13지방선거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이 오는 13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여 남은 시간 내에 김씨가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다만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라”고 지휘하면서 ‘진실’ 입증에 자신감을 표현한 바 있다.
검찰의 소환조사는 김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 마지막 단계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문제 계정의 생성과 사용에 관여했는지를 아주 세밀하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휴대전화의 행방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4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후 오후 1시55분쯤 다시 청사 밖을 나섰다. 점심식사를 외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검찰청사 안에서는 변호인 등과 긴밀한 얘기를 나누기 어려워 외부에서 편하게 대화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출석 때와 달리 말문을 열지 않았다. 청사 밖으로 나갈 때도, 오후 3시5분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들어올 때도 기자들이 따라붙으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김씨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11시간여의 조사를 받은 후 오후 9시10분쯤 귀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만 답하고 다른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차에 올랐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해당 트위터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1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달 27일 김씨가 이 계정으로 글을 작성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자택과 이 지사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확보에는 실패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